"용기 내 집창촌 빠져나오길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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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찰 단속이 나오면 새것이든 사용한 것이든 콘돔을 삼키도록 교육받았습니다. 하루 종일 고무 냄새 때문에 헛구역질이 나고…."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남의 말을 잘 믿지 못해요. 마음을 굳게 먹고 빨리 그곳을 빠져나오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19일 오후 2시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 2층 회의실. 성매매를 그만둔 10여명의 여성이 한숨과 자활 의지를 토해냈다. 이날 자리는 '다시함께센터' 등 5개 시민사회단체의 주선으로 마련됐다. 자활센터에서 '인생 2막'을 준비 중인 이들은 자신의 삶을 솔직히 털어놨다.

처음 마이크를 잡은 여성(24)은 "스포츠 마사지업소에서 일하다 선불금 때문에 집창촌과 이발소를 전전하게 됐다"고 했다. 동생의 학비를 대기 위해 19세 때부터 티켓다방에서 일하다 섬으로 팔려갔다는 또 다른 여성(26)은 "낮엔 다방에서, 밤엔 단란주점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선불금은 두배로 불어났다"며 울먹였다. 선불금은 업주에게서 선금조로 받는 돈. 업주들은 이를 빌미로 성매매 여성들을 협박한다는 것이다.

탈성매매 여성들은 한결같이 "성매매 여성들은 사회와 격리돼 있는 데다 성매매방지법에 대해 잘못 알고 있어 자신의 처지에서 쉽게 나오지 못한다"면서 "용기를 내 그곳에서 빠져나오라"고 입을 모았다. 자활센터에서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라는 한 여성(24)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배워 성매매 여성들을 돕겠다"고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의 단속과 성을 돈으로 사는 문화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 여성은 "경찰이 단속 나오는 것을 업주들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미리 다 알고 있다"며 "경찰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성은 "성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남성들의 생각, 자신은 순결한 존재라며 우리를 멸시하는 일부 여성의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자활센터에서 1개월~1년 정도 생활한 이들은 "정말 인간답게 살고 싶다"면서 "사회가 보다 따뜻한 눈으로 우리를 격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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