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언론이 본 김정일 초상화 철거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공공기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가 철거됐다는외국 통신들의 보도는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전혀 다른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내 권력구도 변화의 징후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대외 이미지 쇄신용일 뿐이라는 말도 있다.

베이징발로 김정일 초상화 철거 소식을 처음 전했던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은 17일 평양 특파원 기사를 통해 "북한 지도자(김 위원장 지칭) 우상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을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북한 지도자는 자신이 지나친 찬사를 받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게 평양 내 외국 관측통들의 의견"이라며 "초상화 철거를 '군부 음모설' '김정일 건강 이상설' '권력승계 준비설' 등과 연계시키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특히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소식통의 말을 인용, "초상화 철거 작업이 상당히 오래 전에 시작됐다"며 "북한 고위층 인사들과 외국 사절들의 접견이 주로 이루어지는 평양 만수대 궁전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을 찾는 외국 방문객들의 '부적절한 반응'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통신은 이 소식통이'북한 지도부가 초상화 철거 지시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반면 러시아 최대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이날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에 따른 북한의 권력 승계 준비 징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일이 62세로 나이는 많지 않으나 유전성 심장병 소인(素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북한의 모든 의학연구소가 김정일의 아버지 김일성의 (심장병)치료에 매달렸었다"고 상기시켰다. 신문은 또 "김정일은 여러 해에 걸친 지나친 음주로 간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초상화 철거가 김정일의 건강 이상과 연관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유사시 북한의 후계자와 관련, 얼마 전 사망한 김정일의 둘째 부인 고영희에게서 난 차남 김정철이 유력하다고 신문은 관측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