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세 혼미… 반탈레반 군사위 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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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프가니스탄 집권세력인 탈레반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움직임이 최근 더욱 활발해지면서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일부를 지배하고 있는 북부동맹과 이탈리아 로마에서 망명 28년째를 지내고 있던 모하메드 자히르 샤(86) 전 국왕이 반대세력의 주축이다.

북부동맹은 지난 11일 항공기 돌진테러가 발생하기 전엔 세력이 위축돼 왔으며 자히르 샤의 목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았으나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자히르 샤 전 국왕의 대변인은 28일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고 권력을 인수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부족 대표와 반군인 북부동맹 사령관들을 주축으로 하는 최고평의회.군사위원회를 구성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아프간의 안정을 위해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며 "곧 족장 회의를 개최한 뒤 과도정부를 구성할 것" 이라는 말도 했었다.

이처럼 그의 재집권 움직임은 급속히 구체화해가고 있는 것으로 상황이 반탈레반 세력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996년 탈레반 집권 이후 반대세력으로 구성된 북부동맹은 최근 미국의 비공식적인 지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공세를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히르 샤 전 국왕과 북부동맹 연합세력의 재집권이 미국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함께 탈레반 축출을 희망하는 국민여론이 높아가는 것도 이런 움직임에 탄력을 주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남부 20개 부족의 족장들은 28일 파키스탄의 한 마을에서 회의를 열고 탈레반 축출과 새정부 구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 회의에선 향후 전 부족이 모이는 로야지르가 회의를 열어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자히르 샤 전 국왕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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