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씨 "정치인 한명도 몰라" → "돈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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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G&G그룹 이용호 회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에서 수시로 말을 바꿔 의원들에게 호된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에서조차 "당신 말은 여당의원인 나도 못 믿겠다" (李海瓚), "교활하다" (朴柱宣)는 성토가 쏟아졌다.

李씨는 지난 25일 국회 법사위와 이날 정무위에선 "고교동창회에는 발을 끊고 지냈다" 는 취지로 답변했으나, 허남석 총경과의 친분관계가 드러나자 "총동문회에서 만난 사이" 라고 수정했다. 김형윤 전 국가정보원 경제단장과도 "총동문회에서 수차례 만났다" 고 했다.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의원이 "동창회에 안 나갔다고 증언하지 않았느냐" 고 추궁하자 "동창회에는 안 나가고 동문회에만 나갔다는 얘기" 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예금보험공사 전무와는 "한번 만났다" 고 했다가 이부영 의원이 "李전무는 두번이라고 했다" 고 따지자 "두번이지만 공식적으론 한번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특히 李씨는 이날 오전까지 "정치인은 단 한명도 모른다" "정치인에게 단돈 10원도 준 적 없다" 고 했다가 오후엔 민주당 강운태(姜雲太)제2정조위원장과 만났고, 민주당 박병윤(朴炳潤)의원의 보좌관에게 1천만원을 줬다고 수정했다. 1996년 조홍규(趙洪奎) 전 의원에게도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오늘 이 자리(국감 증언대)에 있기까지 음모를 갖고 부도덕한 기업인으로, 부덕한 금융거래를 하는 사람으로 만든 국가기관이 있다. 그 기관은 금감원"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야당의원들이 권력실세와의 관계에 대해 묻자 "거론하는 분이 답해줘야 한다" 고 받아넘겼고, 정.관계 의혹설에 대해서는 "매일 신문 보면서 웃는다" 고 답변했다.

그러나 정작 朴의원은 2천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국감장 주변에선 李씨가 의원들의 추궁을 적당한 선에서 피해가려 한다" 는 얘기가 나돌았다.

강민석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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