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테러대응 잘못" 비판론 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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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면공격을 늦추고 있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전쟁대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7일 '현재 관심사는 미국이 전략을 갖고 있느냐다' 라는 해설기사를 통해 지금 미국민은 "테러와의 전쟁이라 불리는 (군사)행동에 앞서 잘 짜여진 계획을 갖고 있는지, 또 (있다면)그러한 계획대로 잘 추진이 되고 있는지" 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엄포만 요란한 부시=뉴욕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 주 연방의회에서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미국이 행동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고 한 발언은 말만 요란했지 테러대전에 임하는 분명한 전략을 지니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회의론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25일 "이번 작전이 대대적인 시작이 없는 것처럼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거창한 끝도 없을 것" 이라고 말한 데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현재 워싱턴의 미 상원의원.고위 외교관과 안보전략가들은 미국의 응징전쟁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 군사전략가는 "아프가니스탄이 명백히 최초의 공격목표가 될 것이지만 정확하게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면서 "(미 정부는)중요한 (공격)결정을 하는데 필요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하원 의원들도 이번 주 정부관료들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보고를 받았으나 구체적인 정보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실익 없는 군사작전=미 국방부는 B-1.B-52 등 폭격기로 융단폭격을 할듯이 엄포를 놓지만 구체적인 타격대상이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현재보다 타격대상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었던 월남전에서도 융단폭격으로 미국이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카불을 폭격한다면 결국 이웃 파키스탄으로 몰려갈 난민들만 만들어 낼 뿐이고 정정만 불안하게 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특수부대 투입작전도 최상책은 아니라는 여론이다.

미국의 한 전직 외교관은 "(이런 작전은)문화.종교적으로 민감한 문제로서 매우 주의해야 한다" 면서 "잘못하다간 미국이 절대적으로 지원을 받아야 할 아랍국가들과의 동맹관계를 깨뜨릴 수 있다" 고 경고했다.

한편 이 날짜 워싱턴포스트(WP)지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테러 용의자를 색출하느라 변호사의 접견권마저 허용하지 않는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검거된 다수의 아랍계 및 이슬람교도 용의자 중 대다수가 단순한 이민법 위반자나 이번 테러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소한 범법자들이라면서 "수사는 법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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