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움직임 속속들이 관측 … 레이더·적외선 위성 쏘아 올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4면

지난달 26일 천안함 침몰 당일 북한 잠수정 한 척의 행방이 묘연했다는 미군의 기밀정보가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다. 우리나라가 대북 고급 정보 상당 부분을 아직도 미국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일례였다.

하지만 이런 의존도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2013년까지 한반도 상공에 첩보위성에 준하는 고성능 지상 관측 위성의 감시망을 우리 손으로 겹겹이 구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선명 디지털카메라 위성(내년 10월 발사)과 눈·비가 와도 괜찮은 레이더 위성(연말 발사), 밤에도 대낮처럼 볼 수 있는 적외선 위성(2013년 발사), 짧으면 8분 주기로 한반도 주변의 기상정보를 내려받을 수 있는 기상위성(5월 발사 예정)이 몇 년 안에 연이어 발사된다. 평상시에는 민수용으로 쓰다가 천안함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즉각 북한 지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동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남의 손을 빌려야 했던 지상 움직임 정보에서부터 기상정보에 이르기까지 우리 손으로 해결할 날이 멀지 않았다. 현재는 디지털카메라를 장착한 아리랑 2호 위성 한 기만 한반도 상공을 지킬 뿐이다. 이 위성의 경우 밤에는 고사하고 구름만 끼어도 지상을 내려다볼 수 없다.

위성 종류별 영상. 디지털 카메라와 같은 광학 위성이 낮에 찍은 영상(위 왼쪽)과 레이더 위성이 밤에 찍은 영상(위 오른쪽)으로 거의 비슷하다. 아래쪽 두 개 사진은 광학 위성 영상(왼쪽)에는 보이지 않던 부분(원 안)이 적외선 영상(오른쪽)에서는 나타난다. [교육과학기술부 제공]

◆레이더 위성=아리랑 5호로 불리며 개발 중이다. 무게 1400㎏으로 지상 550㎞ 상공에 쏠 예정이다. 우주에서 위성이 지상으로 전파를 쏜 뒤 반사돼 오는 파장을 잡아 지상의 물체를 식별한다. 큰 장점은 날씨나 낮과 밤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컴퓨터 스캐너로 그림을 스캔하듯 지표면을 한 번 훑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지형의 미세한 변화, 물체의 이동을 알아낼 수 있다. 일본에서 쏘아 올린 두 기의 첩보위성도 레이더 위성이다. 지상의 변화를 전천후로 알아내는 데 일등공신이다. 북한 잠수정이 밤이나 비가 올 때 물 위로 몸체를 드러내기만 해도 잡아 낼 수 있다. 맨눈이나 일반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아도 레이더 위성을 피하기는 어렵다.

◆고선명 광학위성=아리랑 3호라고도 한다. 하지만 아리랑 5호보다 늦게 발사된다. 고도는 685㎞, 무게는 1000㎏이다. 해상도는 70㎝로, 1m인 아리랑 2호보다 성능이 두 배가량 된다. 이 정도의 위성을 보유한 나라는 몇 안 된다. 차량의 종류를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그러나 아리랑 3호 역시 구름만 끼어도 지상을 볼 수 없다. 영화에서 첩보위성이 사람의 얼굴을 촬영해 누구인지 식별까지 하고, 차량 번호판을 읽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런 위성은 아직 실용화된 적이 없다.

◆적외선 위성=아리랑 3A호라 불린다. 고선명 디지털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를 함께 장착할 예정이다. 둘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지상 관측 효율을 배가할 수 있다. 열을 탐지하는 적외선 카메라는 어떤 물체의 열 분포를 보고 정체를 알아낼 수 있다. 위장막으로 가려놓은 탱크도 ‘꼼짝 마’다. 군 비행장에 목재로 가짜 비행기를 만들어 전시해 놔도 적외선 위성에 잡히면 가짜 여부가 즉각 드러난다. 커다란 기름 탱크에 기름이 어느 정도 차 있는지도 알아 낼 수 있다. 미국·러시아 등 몇몇 나라는 이런 여러 종류의 위성정보를 종합 분석해 적군이나 지상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한국도 이제 그런 시대를 눈앞에 뒀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