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 '주가바닥론'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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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근 미국 월가에서 주가바닥론이 꼬리를 물고 있다.

테러 사태로 인한 악재가 상당 폭 반영됐다면서 주식을 사라고 권하는 전문가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복 전쟁을 앞둔 공포감이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가운데 낙폭 과대와 주요 애널리스트의 잇따른 매수추천으로 투자자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냄비 장세' 가 전세계로 전염되고, 미국 증시 눈치보기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증시가 심리전 양상을 보이면서 대량 거래 속에 지수 급등락이 이어지고 있다.

◇ 고개드는 낙관론=골드먼삭스의 대표적인 애널리스트인 애비 조셉 코언이 "주식을 살 때" 라고 밝혔고, 닷컴 붕괴 가능성을 최초로 경고한 증권전문 주간지 배런스(http://www.barrons.com)도 주가바닥론에 가세했다.

코언은 "최근의 주가폭락으로 싸게 주식을 매입할 기회가 왔다" 며 투자자들에게 주식 보유 비율을 70%에서 75% 늘리라고 권유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는 계속될 것이며, 미 정부도 재정지출 확대와 추가 감세로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여 주식투자에 나서야 한다" 고 밝혔다.

배런스도 24일자 커버스토리에서 "FRB의 주가평가 모델에 따르면 뉴욕 증시는 현재 17%가량 저평가된 상태" 라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1998년 말 세계 경제위기 때도 FRB의 주가평가 모델은 당시 16% 가량 주가가 저평가된 사실을 보여줬다" 며 "이후 주가는 급반등했다" 고 밝혔다. 배런스는 향후 주가가 98년 말처럼 급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증권도 24일 미 증시가 바닥권을 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지난주 주가가 폭락하면서 미 증시는 테러사태로 인한 악재를 상당부분 반영했다" 며 "그러나 단기적으로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잠재돼 있어 주가의 변동성이 클 것" 이라고 전망했다.

◇ 냄비체질.눈치보기=미국 다우존스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미국 테러 사태 이후 6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크게 반등함에 따라 25일 세계 증시도 상승세로 출발했다.

그러나 미국 선물지수가 25일 오후 하락세로 반전하자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일제히 내림세로 돌아섰다. 삼성증권 김도현 수석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냄비체질을 보이면서 세계 주요증시도 눈치보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지난주부터 영국.독일 증시는 미국 증시와 하루를 빼고 6일 연속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으며 한국.일본 증시는 나흘 동안 미국 증시와 동조 현상을 보였다.

업종별로도 미국 눈치보기가 이어져 미국 항공.여행주가 큰 폭으로 반등하자 아시아 항공주들도 폭등현상을 보이다 선물지수가 미끄럼을 타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 심리전=아직은 리스크(위험)관리에 주력해야 할 때라는 전문가들이 더 많은 편이다. 26일 발표될 미국의 소비자 신뢰지수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올 전망이고 미국 경제는 이미 불황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신성호 투자전략 부장은 "잠재적인 악재가 널려 있는 상황" 이라며 "단기적으로 세계 주가는 한차례 더 하락한 뒤 확실한 바닥을 다질 것 같다" 고 전망했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면서 거래량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은 테러 사태 이후 6일 연속 사상 최대치에 가까운 대량거래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증시도 지난 13, 14일 이틀간 거래량이 10억주를 웃돈 것을 비롯해 9거래일 연속 거래량이 5억주를 넘고 있다.

이철호.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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