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이동국 연속골 "휴~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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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두드려도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몰디브의 골문은 후반 20분에야 열렸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패스된 볼을 김두현(사진)이 활시위를 당기듯 왼쪽 다리를 뒤로 뺀 뒤 힘껏 휘둘렀다. 발끝을 떠난 공은 화살처럼 골문을 향해 날아가 왼쪽 골대를 스치면서 그물을 갈랐다. 경기장 전광판에 찍힌 공의 속도는 시속 95㎞. 순간 상암벌은 환호의 도가니가 됐다.

한국이 17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7조 최종전에서 김두현의 억만금 같은 결승골과 이동국의 추가골로 몰디브를 2-0으로 꺾었다. 한국은 이로써 승점 14(4승2무)를 확보, 18일 새벽(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레바논-말레이시아전 결과에 관계없이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승리와 최종예선 진출을 자축하기에는 부족했던 경기였다. 한국은 공격수 아쉬파그만을 전방에 남겨둔 채 10명이 골문을 집단 봉쇄한 몰디브를 공략할 세밀한 테크닉과 힘이 모자랐다. 전.후반 90분이 끝난 뒤 양팀이 받아든 성적표는 이런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한국은 볼 점유율에서 97-3(%), 슈팅 수에서 33-0(개), 코너킥에서 14-0(개)으로 몰디브를 압도했지만 불과 두골을 뽑는 데 그쳤다.

몰디브 골키퍼 임란의 초인적인 선방을 감안하더라도 확실한 득점원으로 여겼던 세트플레이는 몰디브전에서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반 24분과 34분 이천수가 몰디브 아크 부근에서 프리킥을 날렸지만 공은 크로스바를 넘겼다. 이천수의 컨디션에 따라 가능한 득점루트 중 하나일 뿐 확실한 득점루트가 아님을 보여준 대목이다.

김두현의 선제 결승골로 초조함을 해소하자 한국 공격은 부드러워졌고, 14분 뒤 이동국의 추가골로 이어졌다. 전.후반에 걸쳐 네댓 차례의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날린 이동국은 설기현이 왼쪽 측면에서 길게 크로스를 올린 순간 골문으로 쇄도했고, 함께 뛰어든 조재진의 오른발 끝을 살짝 스친 공을 슬라이딩하며 오른발 슛으로 연결시켜 몰디브 골네트를 흔들었다. 그제서야 관중도, 선수들도, 벤치도 졸였던 가슴을 풀었고 승리를 즐길 수 있었다.

◆ 본프레레 감독=후반에 선수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골이 터졌다. 득점은 팀플레이의 결과다.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꾸려 최종 예선에서 상대할 강팀들과의 경기에 대비하겠다.

정영재.장혜수.강혜란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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