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빈 라덴 돈줄 끊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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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이 테러조직의 자금줄을 뿌리뽑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4일 동시다발 테러의 배후인물로 지목받는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 등 테러단체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테러단체들과 테러리스트, 테러와 관련된 기업과 비영리단체 등을 비롯해 27개 단체 및 개인들의 자산을 동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조치에 따라 동결될 빈 라덴의 미국 내 자산이 적기 때문에 외국 은행들이 테러단체들의 돈줄을 막으려는 노력의 주요 목표가 될 것" 이라 강조하고 외국도 이번 조치에 협조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외국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미국과의 정보공유 및 계좌동결 조치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미 재무부는 이들의 미국 내 자산과 거래를 동결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고 경고했다.

이같은 미국의 요구에 발맞춰 일부 국가들이 신속하게 동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빈 라덴과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의 자산 2천8백만프랑(약 50억원)을 동결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아시아 각국도 유사한 조치를 준비 중이다.

일본의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天正十郞)재무상은 테러 용의자들의 일본 내 자산에 대한 동결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도 남부 필리핀에서 외국인 인질을 붙잡고 이슬람 분리주의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아부 사이야프의 자금흐름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편 수억달러를 굴리는 거부로 알려진 빈 라덴의 재산상태가 사실상 '속빈강정' 에 불과하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24일자)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유한 건설회사 집안 출신인 빈 라덴은 3억달러(약 3천9백억원)를 상속받았지만 94년 사우디 국적을 박탈당해 국내 자산이 동결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빈 라덴 조직원들 대부분이 '검소한' 생활을 해왔고 그동안의 테러공격도 수준낮은 기술로 가능한 것이어서 조직유지에 많은 자금을 모금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분석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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