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쓰레기장 설치 '진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경북지역 시·군들이 쓰레기매립장 설치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읍 ·면별로 사용중인 쓰레기장을 폐쇄하고 시 ·군 쓰레기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큰 쓰레기매립장을 만들기로 했지만 예정지 주민들의 반발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발=성주군은 지난 7월 군 쓰레기매립장 예정지로 수륜면 작은리 1만8천㎡를 지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이곳 인근의 하천과 합류하는 대가천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고령군민들이 시위를 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성주군은 고령군과 여러차례 행정협의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기다 작은리 주민들이 최근 매립장 예정지의 대부분을 땅 주인으로부터 3억9천여만원에 사들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성주군 관계자는 “고령군과 행정협의회를 열어 사태를 풀어가는 중에 주민들이 땅을 사들여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칠곡군도 1997년 왜관읍 삼청리에 쓰레기매립장을 건설키로 했지만 반발이 심해 지금껏 표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3∼4개 읍 ·면의 쓰레기장이 연말께면 가득 찰 것으로 보여 쓰레기 대란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영천 ·상주 ·문경 ·군위 ·예천 등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4년전 쓰레기매립장 후보지를 선정하고도 착공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 ·군 관계자들은 “주민들의 반발이 워낙 심해 말도 꺼내지 못한다”며 “현재로선 방법이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한다.

주민들은 쓰레기매립장이 세워질 경우 악취와 해충이 끓을 수 있어 비위생적이고,땅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좋은 점이라곤 전혀 없는 쓰레기매립장을 왜 우리 마을에 세워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전망=대부분 지자체는 “주민을 설득할 방법이 없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어느 시 ·군이든 선뜻 매립장 조성에 나서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쓰레기매립장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공무원은 “쓰레기매립장 문제는 말을 꺼내기 조차 어렵다”며 “기존 매립장이 가득차 쓰레기 대란이 벌어져야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60억∼70억원이 들어가는 매립장 조성비용 중 군 지역은 15억원,시 지역은 총 사업비의 30%만 정부가 지원해 재정부담도 만만찮다.

때문에 내년쯤엔 여기저기서 쓰레기 비상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홍권삼 기자

**** 영진전문대학 김진복교수 인터뷰

“정부가 쓰레기매립장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합니다.그렇지 않고는 설치 예정지역 주민을 설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영진전문대학 김진복(金鎭福 ·60 ·행정학)교수는 “주민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는 쓰레기매립장 건설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정한다.

金교수는 현재 정부지원금으론 재정난을 겪는 기초단체들이 매립장을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주민 복지기금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혐오시설인 쓰레기매립장의 설치를 누가 좋아하겠느냐”며 “‘당근’이 있어야만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게다가 현 자치단체장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것도 걸림돌로 꼽았다. ‘표’가 떨어질 일을 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金교수는 “내년에 취임하는 자치단체장이 소신있게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단체는 사용중인 매립장을 좀더 넓히는 등 내년까지 사용기간을 늘리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