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 투자 피해 보상 남쪽 정부에 요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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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강산의 남측 부동산을 몰수·동결한 북한이 현장에 입회한 우리 투자업체들에 “피해 보상은 남쪽 정부에 요구하라”는 주장을 했다고 28일 돌아온 기업 관계자들이 전했다. 금강산지구기업협의회(금기협) 부회장인 조국래(57) 동국테크 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김광윤 명승지종합개발 지도국장이 이번 조치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동국테크는 금강산에서 디지털 사진 인쇄와 기념품 판매 등의 사업을 해온 회사다. 조 대표에 따르면 김 국장은 “돈 몇 푼 때문에 금강산 사업을 한 것이 아니라 민족 문제인 통일을 위해 북측이 대폭 양보한 것”이라며 “이를 남측 정부가 (마치 돈벌이를 위한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어 “남측 부동산 몰수·동결은 북측 피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투자자 여러분도 피해자이니 남쪽 정부에서 보상을 받으라”고 주장했다.

천안함·지방선거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금강산에서 맥주공장·레스토랑을 운영해온 금강산코퍼레이션의 김인회(39) 차장은 “김광윤 국장이 천안함 사건을 지칭해 ‘배가 침몰한 사건도 우리(북측)가 했다고 나온다’고 말했다”며 “(대북 이슈를) 6월 지방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동결 조치를 설명하면서 자리 배치까지 상당히 신경을 썼다. 좌석을 세 그룹으로 나눠 양 옆에 남측 기업인을 앉히고, 가운데는 북측 인사들이 앉았다. 익명을 요구한 금기협 관계자는 “한국 기업인들이 동결 조치에 집단 반발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다른 금기협 관계자는 “동결 조치에 참여한 북측 관계자가 ‘남측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정치·군사·경제적 연속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사단법인 남북물류포럼의 김영윤 대표는 28일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남측이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액은 1조8778억원 이상으로 집계된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은 오전에 비치호텔·고성항횟집 등 고성항 주변 시설물을 동결 조치하고, 오후에는 골프장 일대 시설에 대한 조치를 했다. 이날 동결 현장에서는 남측 사업자 한 명이 중간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금기협 관계자가 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 투자기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적절한 지원방안이 있을 수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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