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 모두 중동사람, 지금 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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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로스앤젤레스〓연합]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 테러에 동원된 아메리칸 에어라인(AA)의 피랍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던 한 승무원이 충돌 직전 본사와 통화한 전화 내용이 공개돼 사고 당시 정황이 드러났다고 LA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지난 11일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 때 첫번째로 WTC 북쪽 건물에 충돌했던 보스턴발 LA행 AA11편의 승무원인 매들린 에이미 스위니(35)는 비행기가 항로를 이탈해 갑작스럽게 선회한 뒤 보스턴 본사의 마이클 우드워드 서비스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비행기가 납치됐다" 고 알렸다.

스위니는 현재 위치가 어디냐는 질문에 "강과 건물들이 보인다" 면서 "맙소사" 를 연발했다. 그녀가 우드워드 부장과 통화할 때는 이미 두명의 승무원이 납치범들에 의해 살해된 뒤였으며 그녀는 통화에서 "한 납치범이 또다시 비즈니스 클라스에 있는 한 승객의 목을 자르고 있다. 그는 죽은 것 같다" 고 말했다.

그녀는 전화에서 "납치범 네 명 모두가 중동 출신이며 이들 중 세명은 비즈니스 클라스에 탑승하고 있고 한명은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 고 말했다.

신문은 스위니가 전화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을 때 납치범들은 이미 비행기 앞부분으로 달려가 "조종석을 탈취했다" 면서 그녀가 강과 건물들이 보인다고 말한 뒤 통화가 끊어졌다고 전했다. 스위니가 본 강은 WTC 주위를 흐르는 허드슨강이었다. 신문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스위니의 이번 통화 내용을 비행기 납치 당시 정황을 알려주는 좋은 증거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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