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이면도로 일방통행 헷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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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18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1동 우람길 주변 이면도로. 일방통행로인 이곳에서 방향을 거슬러 잘못 진입한 승합차와 올바르게 진행하던 승용차 대여섯대가 마주선 채 경적을 울려대고 있다.

운전자들 사이에선 "일방통행이니 빨리 비켜라" 는 비난과 "일방통행인 줄 몰랐다" 는 변명이 오갔다. 잘못 진입한 승합차가 길을 비켜줘야 했지만 길가에 주차된 차량들로 도로가 비좁아 인근 네거리까지 후진하느라 20여분 동안 정체가 계속됐다.

승합차 운전자 李모(36.서울 서초구 양재동)씨는 "일방통행 안내가 잘못돼 있어 위반을 했다" 며 "이 일대는 표지를 따라 길을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고 불평했다.

오른쪽으로 일방통행하도록 돼 있는 도로 입구에는 좌회전 금지와 우회전 금지 표지가 함께 설치돼 있어 운전자들이 헷갈린다. 심지어 도로 중간에 설치된 표지판은 길이 없는 벽을 향해 우회전하라고 안내할 정도다.

인근 일방통행 도로도 도로면에 그려진 화살표와 전봇대에 설치된 표지판의 방향이 반대로 그려져 있다. '진입금지' 등 도로면의 글씨가 지워지거나 공사 후에도 다시 도색하지 않은 채 방치된 곳도 흔했다.

서울 시내 이면도로 곳곳이 일방통행로로 운영되고 있지만 안내 표지판이 없거나 엉터리인 곳이 많아 교통 혼잡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초행자들은 미로(迷路)같은 도로를 헤매느라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연말까지 시내 모든 이면도로에서 거주자 우선 주차제와 함께 일방통행제를 실시할 계획이어서 안내 시스템이 엉망일 경우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서초구가 지난 7월 관내 13개동 24㎞에 걸친 일방통행 이면도로를 점검한 결과 '진입금지' 등 도로면 표기를 신설해야 할 곳이 3백24개소, 재도색해야 할 곳이 9백83곳이나 발견됐다. 안내 표지판은 교체.신설해야 할 곳이 63곳, 보수가 필요한 곳이 77곳에 달했다.

이처럼 일방통행 이면도로의 안내 시스템이 부실한 것은 이원화된 관리 체계가 주 원인. 시와 구청은 이면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꾸는 데 열을 올리지만 안내 표지판 설치는 경찰에서 담당한다. 결국 경찰은 적극적으로 점검을 하지 않고 시나 구청에선 제때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시정이 더딘 것이다.

최근 일방통행로로 지정된 서초구 반포1동 이면도로에서 만난 박채영(29.여.서울 마포구 서교동)씨는 "일방통행로에서 다른 차량과 길을 비켜 가느라 20~30분을 허비했다" 고 분개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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