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방통위가 IT 전반 관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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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과거 한국의 경제 발전, IT 강국의 기초와 인프라는 정부 주도의 지휘와 통제(command and control) 방식으로 이뤄졌다. 계획을 마련하고 리소스를 선택·집중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때 필요한 방법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처럼 다원화되고, 국민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 그런 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진다. 정부보다 민간 영역이 커져 이제 민간 영역에서 대부분의 창의성이 발현될 정도가 됐다. 따라서 소통과 협력(communication and collaboration)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IT와 미디어를 통합한 기구로 방송통신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그러한 변화를 수용한 것이다. 위원회를 통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이해를 반영하고 창의적인 생태계를 창출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다양성은 미디어에만 국한되지 않고 IT에도 해당된다. 그것은 IT가 테크놀로지 중심이 아니라 소통과 콘텐트 중심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는 소셜 네트워크로 변화하며, 미디어도 이미 소셜 미디어 주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에는 다양한 기업·이용자·참여자들이 등장하고, 보다 열린 정부 조직이 유용하다.

그러므로 위원회 조직이기 때문에 IT 산업이 뒤처지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든 지 2년밖에 안 되었고, 아직 그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 조직 개편이 아니라 IT와 미디어 생태계를 아우르는 역할들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먼저, 정부는 IT와 미디어의 열린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IT 경쟁력 저하는 우리가 폐쇄적인 산업과 구조·정책에 안주한 결과다. 아직도 액티브X를 강제하며, 무선 인터넷도 활성화시키지 못했다. IT와 미디어는 망, 플랫폼 개방 등 개방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기존의 폐쇄적인 틀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또한 IT는 테크놀로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IT는 소통이며, 미디어며, 콘텐트다. 그런 점에서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콘텐트를 타 부처로 이관한 조정은 잘못이다. 세계 IT시장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는 콘텐트 중심의 IT 트렌드와는 상반되는 방향이다.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가 잘 보여주듯이 이제는 단말기·인프라가 콘텐트와 결합해 IT 생태계를 재창조하고 있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콘텐트부터 단말기까지 IT와 미디어 생태계 전체를 관장해야 한다. IT와 미디어를 담당하는 정부 조직을 위원회로 개편한 것은 개방 사회에서 IT 생태계에 소통과 협력의 리더십이 필요함을 반영한 것이다. 운영해보니 문제가 나타났다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새로 IT 통합부서를 만드는 데 시간과 자원을 소모하기보다는 현재 조직의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