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씨 '문어발 로비' 국정원까지 뻗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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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검이 검찰간부들의 G&G그룹 회장 이용호씨 비호 의혹에 대해 전면적 감찰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李씨가 금감원의 주가조작 조사과정 등과 관련해서도 금감원과 국세청 등에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18일 지난해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수사 때 동방금고측으로부터 금감원 로비 명목으로 5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김형윤 당시 국정원 경제단장(현 국정원 산하 정보학교 교수)이 李씨와 매우 친한 관계임을 확인하고, 金씨가 李씨 로비에 관련됐는지를 수사 중이다.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李德善) 조사 당시 "금감원 조사를 앞두고 쇼핑백에 5천만원을 담아 金씨에게 전달했다" 고 진술한 바 있다.

金전단장은 李씨의 광주상고 선배로 지난해 검찰이 李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 전부터 수시로 통화를 하는 등 교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金전단장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원 경제과장에 발탁됐다가 경제단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국정원측이 지난 6월 검찰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비공식 통보를 받고 한직인 정보학교 교수로 전보 발령했다. 검찰은 현재 金전단장에 대해 출국을 금지해놓고 있다.

국정원 경제단장은 국내 기업체와 금감원.금융권 등의 동향 파악을 총지휘하는 요직이다.

검찰은 金.李씨의 관계와 金씨의 당시 직위로 미뤄 1999년부터 이뤄진 李씨의 주가조작 혐의 등에 대해 금감원이 조사할 때 金전단장이 모종의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李씨가 '보물선 발굴' 이란 재료를 이용해 삼애인더스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과 민주당으로부터 여러번 전화를 받았다" 고 밝혀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李씨 계열사의 사외이사였던 都모씨가 99년 KEP전자에 대한 국세청 조사와 관련, 당시 국세청 간부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의혹이 드러나면서 국세청 간부들의 연루설도 제기되고 있다.

都씨는 KEP전자에 부과될 세금액을 경감하기 위해 국세청 관계자들과 협의해 관할 세무서를 서울 마포세무서에서 금천세무서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都씨는 당시 국세청 간부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안정남(安正男)전 국세청장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吳모 세무사를 KEP전자 회계고문으로 선정하는데 중간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 金전단장의 수뢰혐의를 파악하고도 9개월이 넘도록 金전단장을 소환조사하지 않아 '봐주기' 의혹이 다시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지검 관계자는 "金전단장과 李부회장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사람이 중국으로 달아난 데다 결정적 물증이 없어 조사를 하지 못했다" 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보강수사를 거쳐 소환 조사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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