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야공조 첫 타깃은 햇볕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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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JP)명예총재의 5개항 합의가 향후 정국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우선 두사람은 대변인 발표를 통해 "북한에 돈을 퍼붓는 일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고 못박았다. 이렇게 되면 김대중(DJ)대통령의 햇볕정책은 국회에서 거친 도전을 받게 된다.

여권은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가능성을 벌써부터 거론하고 있지만 국회 현 의석의 절반(1백35석)을 훨씬 넘는 양당(1백46석)의 힘에 사사건건 맞서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은 또 DJ 개혁정책의 상징이다시피한 언론세무조사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그들은 '언론탄압 즉각 중단' 을 천명함으로써 대통령 통치의 도덕적 기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양측이 여세를 몰아 '이용호 게이트' 특검제 도입을 수의 힘으로 관철하면서 권력핵심을 압박해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2야공조 공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구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회창 총재는 이를 위해 JP와의 연대를 내년말 대선 때까지 끌고 가려고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李총재의 측근은 "JP와의 연대는 곧 여권의 경쟁자인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을 충청권에서 압박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 주장했다.

JP측도 "선명한 야당 이미지로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JP가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고 이날 회동과 합의에 의미를 부여했다. 2야공조 체제는 두사람이 합의한 '정책협의회' 를 통해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양당 공조에는 많은 변수가 있다. 양측은 공조가 '선택적' 임을 분명히 했다. 사안에 따라선 따로 행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DJ-이회창, JP-YS회동 등이 연쇄적으로 열릴 경우 적어도 JP의 입장에선 '선택적 공조' 가 이회창 총재와의 양자관계가 아닌 다자관계 속에서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만큼 한나라당과의 협조는 느슨해질 수밖에 없어진다. 교섭단체 구성문제나 충청권에서의 경쟁 등 양측의 이해가 부닥치는 사안에 대한 조율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영기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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