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미 3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가능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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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테러와 이를 응징하기 위한 미국의 보복공격은 세계 경제에 얼마만한 충격을 줄 것인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의 공격이 얼마나 지속되며, 전쟁터가 중동으로 확산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증권의 애널리스트 가일스 키팅은 "미국의 공격이 짧고 성공적으로 끝나는 것이 가장 다행스러우며, 군사행동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고 전망했다.

◇ 일단 비관적 전망이 우세=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번 테러사태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락할 것이라고 15일 전망했다. 올 3분기 및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5~1%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가 미 국민들의 소비지출과 기업들의 투자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런던 소재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경제예측(OEF)의 전망치도 밝지 않다. 이번 사태가 소비심리와 주가.유가 등에 미칠 영향을 추산한 결과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다.

CSFB도 이번 사태가 미국의 하반기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 투자은행은 뉴욕.워싱턴의 항공 여행과 산업생산이 3분기 중 50%나 감소하고 4분기에도 2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테러의 영향을 받지 않은 8월 미국의 산업생산도 전달보다 0.8% 줄어 11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8월 중 도매물가는 0.4%나 올랐다.

HSBC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킹은 "호황기에 발생한 테러사건은 미 경제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경제가 나빴던 1973년 욤키푸르 전쟁과 90년 걸프전 당시에는 소비가 급감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고 말했다.

◇ 전쟁의 조기 종료가 관건=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쟁터가 이라크 등 중동으로 확산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원유가격이 급등하며 세계 경제는 10년 전 걸프전 때와 같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걸프전 당시 미국 소비 지출은 6개월간 2.6%나 감소한 경험이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확전 가능성이 작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의 공격이 테러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의 활동지인 아프가니스탄에만 집중되고 작전도 조기에 종료되면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프간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세계 경제는 심리적인 영향 정도만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한 선진국들의 정책공조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충격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국내 유가 다음달 인상될 듯=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탐에 따라 다음달 중 국내 휘발유.경유.등유 소비자 가격도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유업계는 매달 초 전달의 원유가와 환율을 반영해 한달간의 석유류 값을 정하고 있는데, 이달의 원유가 상승은 다음달 국내 석유류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 시간) 현재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는 테러 발생 직전에 비해 2달러 가량 오른 29.43달러를 기록했다.

정재홍.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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