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정상들에 긴급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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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발걸음이 하루종일 바쁘다. 테러 공격 이후 10시간 만에 워싱턴에 귀환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부시 대통령은 이를 만회하려는 듯 팔을 걷어붙이고 사태수습에 뛰어들었다.

테러 희생자들을 어루만지며 국민 화합을 다지는 한편 테러 응징을 위한 전쟁준비를 위해 동맹국과 협의하는 등 숨가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 발생 직후 짤막한 대국민 성명 발표를 시작으로 연일 한두 차례 성명이나 담화를 발표하거나 회견을 하고 있다.

평소 '힘의 외교' 를 강조했기에 취임 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아 자신의 위기대처 능력을 국민에게 확고히 심어주기 위해서다. 지난 13일 부시는 "전쟁에서 승리할 것" 이라며 사실상의 선전포고 회견을 했다.

그 직후 그는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국방부 건물의 테러 공격으로 다쳐 입원 중인 부상자와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과 로라 여사는 병원에서 국가와 군, 그리고 부상당한 희생자와 가족, 뉴욕 시민들이 보여준 결의와 용기에 감동을 받았다" 고 소개했다.

부시의 이런 행보는 이번 테러 공격으로 죽거나 다친 피해자와 가족을 포함해 미 국민에게 자신이 국가 안위를 지키는 '파수꾼' 이자 '지도자' 로서의 내유외강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보복전쟁의 명분과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유럽연합(EU)을 비롯, 일본과 이집트 등 우방 및 동맹국 정상들과 긴급 전화회동을 하고 다각적인 정상외교를 펼쳤다.

또 부시 대통령은 이날 나토의 조지 로버트슨 사무총장과 전화접촉을 하고 전쟁 수행시 나토의 지원을 요청했으며, 전격 단행될 미국의 응징공격에 대해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지지도 확보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함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 EU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등 동맹국 지도자들과도 잇따른 전화회동을 했다.

이번 테러참사를 응징하기 위한 미국의 결의를 전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미국은 응징공격을 단행하기 위한 외교적 수순을 마무리한 셈이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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