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 개인기 부족해 수비 치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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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프로농구가 지나치게 수비 위주로 가는 게 문제다. 일반 팬은 지역방어를 이해하기 어렵다.”(중계방송사 PD)

“맞다. 사실 변칙 지역방어가 많아서 내가 봐도 잘 모른다.”(유재학 모비스 감독)

프로농구 관계자들이 ‘재미있는 농구’와 ‘국제경쟁력 향상’을 주제로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열렸다. 2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한국농구연맹(KBL·총재 전육) 주최로 열린 ‘2010 KBL 공개 토론회’다. 1, 2부로 나뉘어 6시간 동안 이어진 자리에서는 다양한 주제를 놓고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2009~2010 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득점이 78.7점에 불과해 역대 최소득점을 기록했다. 첫 주제는 저득점 개선. 토론 패널로 참가한 유재학 감독은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한 주인공이다. 그는 “선수들의 개인기가 부족하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나온 게 수비농구”라고 말했다. 이어 유 감독은 토론을 보러 온 윤호영과 손준영(이상 동부)을 가리키면서 “이 자리에 동부 선수들도 있지만, 나도 정규리그 3라운드가 지나서야 동부 수비를 파악하겠더라. 일반 팬은 이해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고 했다.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LG의 김성기 팀장은 “수비 전략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것이 한국 농구만의 비책이 될 수 있다. 다만 발전한 수비만큼 그 수비를 뚫을 수 있는 공격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기 시간 확대와 경기 일정에 관한 문제점도 다뤄졌다. 지도자, 선수, 구단 직원, 미디어 관계자 등으로 이뤄진 토론 패널뿐 아니라 방청객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여러 의견이 쏟아졌다. 자신을 삼성의 열성팬이라고 밝힌 한 방청객은 “회사 일이 끝나고 편안하게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평일 경기 시작 시간이 30분 정도 미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외에 프로팀과 대학팀이 모두 참가하는 ‘농구 컵대회’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다. 최명룡 한양대 감독과 김승기 중고농구연맹 전무 등이 참석한 2부 토론에서는 “신인 선발을 가을에 해서 대학 4학년 선수들이 미리 프로에서 뛸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와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한 쿼터를 12분으로 늘리는 제도와 고교 졸업자들이 프로에 직행하는 제도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장재홍 KBL 홍보팀장은 “토론 주제는 모두 최근 프로농구의 쟁점사안이다. 오늘 나온 의견은 이사회와 감독자회의 등을 통해 다음 시즌 제도를 정비하는 데 소중한 참고자료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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