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러대전] 잿더미 잔해…원폭 투하된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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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피묻은 옷가지, 사방에 흩어져 있는 살점 같은 것들…. 이렇게 처참한 광경은 본 적이 없습니다. "

사고발생 11시간 만에(현지시간 11일 오후 10시) 찾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붕괴 현장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칠흑 같은 어둠, 폐허를 비추는 서치 라이트, 화산재 같이 뽀얀 먼지를 뒤짚어 쓴 채 내동댕이쳐진 자동차들, 널려 있는 콘크리트 더미들로 덮인 현장은 원자폭탄을 맞은 곳 같았다.

뉴욕 경찰이 현장에 저지선을 쳐놓았지만 실종된 가족 걱정에 몰려든 사람들이 몰려들어 수라장 같았다. 한편엔 동료 3백명의 사망소식에 넋을 잃은 뉴욕소방서 소속 소방대원들이 주저앉아 있었다.

사고현장은 연방수사국(FBI)요원, 경찰, 소방대원, 의료진 등 허가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고 의료자원 봉사자도 출입허가를 기다려야 했다.

중앙일보 취재진은 "사진만 찍고 나오겠다" 고 통사정, 밤 늦게 허가를 받고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5분여 동안 둘러본 현장은 유령의 도시 같았다.

현장에 있던 한인 자원봉사자 스티브 정(JP 모건 근무)은 "이런 잔인무도한 테러는 강력히 응징돼야 한다" 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을 둘러본 뒤 나온 거리도 삭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해가 지면서 현장 바로 북쪽의 차이나타운과 캐널 스트리트 일대는 일제히 철시했다. 범죄 등 무질서 행위를 막기 위해 샷건(산탄총)으로 무장한 기동타격대(SWAT)들의 모습만이 목격됐다.

일부 생존자들의 구조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색은 더 진지해져갔다. 밤이 깊어갈수록 수색대원들은 작은 소리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였고 경찰견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시내에서 집이 있는 북부 뉴저지주나 롱아일랜드까지 걸어가는 데 걸린 시간은 대충 4시간. 모두 걸어가야 했기 때문에 맨해튼~퀸즈보로를 잇는 퀸즈보로 브리지는 인간주차장으로 변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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