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과 연극놀이를 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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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과는 초등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흥미를 잃기 쉬운 과목 중 하나다. 외울 것도 많고 생소한 단어도 많은 데 비해 실제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활동을 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직접 역사 속 인물이 돼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사회교과 연극놀이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고려시대 인물이 돼 역사를 배워요
“아이고~ 벌써 찬바람이 부네. 이렇게 얇은 삼베옷으로 어떻게 또 겨울을 날까? 걱정이야...” 지난 15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 초등학교 2·3학년 학생들이 샛노란 천으로 몸을 말고 잔뜩 얼굴을 찡그리며 몸을 구부리고 있다. 아직 목화솜이 수입되기 이전 추위에 떠는 고려시대 사람을 연기하는 중이다.

수업을 진행하는 탁태옥강사가 “중국에는 따뜻한 솜옷이라는 것이 있다고 해요. 모두 중국으로 솜을 구하러 떠나볼까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판토마임으로 산을 넘고 나루터를 건너 중국으로 향하는 흉내를 냈다.

이날 수업은 연구소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발견-나 그리고 세상!’ 연극놀이의 역사활동편이다. 목화가 도입된 시기를 직접 재현해 보는 역할놀이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삼베와 모시천, 면을 활용해 연극을 하며 당시의 의생활과 목화 도입 배경을 이해하고 목화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감동을 체험했다. 씨앗이 들어있는 진짜 목화송이도 참가한 학생 수대로 준비해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김민주 강사는 “나와 멀리 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한 사회 교과의 역사적 사실을 암기 대신 체험으로 이해하게 해 효과적”이라며“모둠끼리 함께 장면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 하는 협력작업을 함으로써 사회성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직접 쓴 시나리오로 단원 지식 깊어져
사회교과 연극놀이는 집에서도 해볼 수 있다. 10분 내외로 공연시간을 정해 주제에 맞는 시나리오를 준비해 연기하면 된다. 연극의 특성상 참가인원 수의 제한이 없고 형식도 자유롭다. 소소한 소품이나 준비물을 엄마가 지원해주면 아이는 더욱 적극적으로 놀이를 하게 된다.


영동초등학교 김효정 교사는 아이가 배우뿐 아니라 직접 작가 역할도 맡아볼 것을 권했다. 그는 “초등학교 사회에서 아이들이 어려워 하는 부분은 대개 과거 생활사”라며 “교과서와 도서를 활용해 조선시대의 농경생활 특징이나 기후와 가옥의 관계를 나타내는 연극 시나리오를 짜 보게 하라”고 추천했다. 예컨대 남부지방의 습한 기후 속에서 사람들이 덥게 느끼는 장면을 묘사한 뒤, 집을 통풍이 잘 되는 구조로 만들게 되는 과정을 써보는 식이다. 하드보드지를 활용해 직접 남부지방 가옥의 축소형 건물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만든 종이 모형을 뒤쪽에 배치하면 훌륭한 세트장이 된다. 연극하는 장면을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촬영하고, 세트나 소품도 사진을 찍어 보관하면 사회 관련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도 유용하다. 무엇보다 직접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당 단원에 대한 학생의 지식이 부쩍 깊어질 수 있다.

[사진설명]어린이들이 목화꽃송이를 활용해 연극놀이를 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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