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서 4시간 동시다발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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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진 특파원, 뉴욕=신중돈 특파원] 미국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펜타곤).의사당을 비롯한 주요 관청 건물과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WTC)빌딩 등이 11일 오전(현지시간) 항공기와 폭탄을 동원한 테러공격을 동시다발적으로 받으면서 미 전역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날 첫 공격은 오전 8시42분 이뤄졌으며 승객 81명을 태운 채 납치된 아메리칸 항공 소속 AA11편 여객기가 뉴욕의 WTC 쌍둥이 빌딩의 남쪽 동(棟)에 충돌해 폭발했다.

이어 9시3분에는 역시 납치된 보잉767 중형 여객기가 이 건물의 북쪽 동에 충돌해 거대한 화염을 내며 폭발했다. 높이 4백19m의 1백10층짜리 WTC건물 두 동은 30여분 후 완전 붕괴됐다. 두번째 충돌은 현장이 방송으로 미 전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이어 워싱턴의 펜타곤에도 비행기가 충돌, 폭발하면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고 건물 일부가 무너졌으며 백악관 인근의 한 호텔에도 비행기가 떨어졌다.

잠시 후엔 의사당 건물도 항공기 충돌 공격을 받았으며 국무부 건물에선 자동차 폭발테러가 발생했다.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에서도 폭발사고가 벌어졌다.

당시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 중이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사고 직후 "미국에 오늘 비극이 일어났다. 이번 사건은 명백한 테러며 테러가 미국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그는 "부통령과 뉴욕 주지사에게 희생자.가족을 도우라고 지시했으며 연방수사국(FBI) 등 모든 연방기관에 사고 원인을 즉각 전면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고 밝혔다. 그는 즉각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사고 직후 팔레스타인 민주해방전선(DFLP) 소속을 자처하는 사람이 미 언론에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DFLP측은 일본 NHK방송의 확인 요구를 받고는 이를 부인했다. 이스라엘은 전세계의 자국 외교관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날 모두 여덟대의 항공기가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동부 피츠버그에서도 유나이티드 항공사 소속의 한 여객기가 추락했고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항공기 한대가 떨어졌다.

인명 피해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으나 상주 근무인원이 4만여명에 이르는 WTC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에 사상자가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직후 백악관.의사당.재무부.국무부 등 모든 연방 정부청사와 유엔본부 건물에는 철수령이 내려져 근무자 전원이 건물을 떠났다.

WTC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뉴욕 증권거래소는 거래를 무기한 중지했다. 미 전역의 공항은 잠정 폐쇄됐으며 비행 중인 모든 항공기들은 캐나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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