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On Sunday

트위터로 장동건 만나기

중앙선데이

입력

“영화배우 장동건씨를 꼭 만나야 합니다. 도와 주십시오.”(3월 23일 1:39 AM)
“장동건씨를 만나는 과정을 중계하겠습니다. 영화배우 장동건님을 만날 실마리라도 전해주세요.”(3월 23일 1:55 AM)

지난 3월 23일 새벽 두 개의 메시지가 연이어 트위터에 등록됐다. 메시지의 주인공은 서강대 신방과 원용진 교수. 원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영화배우 장동건을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올린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장동건씨로부터 외규장각 반환운동에 도움을 받고 싶어서다. 다른 하나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학자로서 최근 화제가 된 트위터가 어떻게 작동하고 얼마나 힘을 발휘하는지 알고 싶어서다. 그래서 자신의 오프라인 인맥을 가동하면 장동건씨의 연락처를 더 쉽고 빠르게 알 수 있었겠지만 오직 트위터만 이용하기로 작정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자 곧 바로 수십 개의 답글이 올라왔다. 원 교수는 그것들을 이용해 사흘 만에 장씨의 매니저 전화번호까지 알아냈다. 하지만 그는 ‘오직 트위터만 이용한다’는 원칙 아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얻기 위해 계속 트위터에 메시지를 남겼다. 그 결과 영화배우 박중훈씨, 영화감독 이현승씨 등 장씨 주변 사람에게까지 자신의 프로젝트를 알릴 수 있었다(한 달 넘게 이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이다).

원 교수는 이 과정에서 트위터의 메시지 전파 속도에 놀랐다. 트위터 취재를 위해 최근 두 달간 트위터를 경험한 기자 역시 그랬다. 어떤 메시지가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관심을 받으면 ‘리트윗(RT:자신이 받은 메시지를 자신의 팔로어에게 전달하는 것)’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동심원처럼 퍼져나갔다. 두려울 만큼 인상적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여대생은 뉴스를 얻는 최고의 매체를 트위터로 꼽았다. “지금까지는 인터넷 포털에서 새로운 소식을 얻었지만 요즘엔 트위터에 모든 뉴스가 있다”고 했다.

그가 트위터의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트위터의 자정작용 때문이다. 트위터에서는 반복되는 리트윗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가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어디까지 전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는 모든 트위터 이용자가 메시지의 잠재적인 감시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는 금세 들통난다. 잘못된 정보가 고쳐지는 속도 역시 처음 퍼지는 속도만큼 빠르다. 자신이 작성한 메시지는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정작 트위터는 아주 단순하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복잡한 기능도 없다. 그저 덩그러니 140자를 입력할 수 있는 빈 공간이 있고 다른 사람들이 올린 메시지가 밑으로 줄줄이 나열돼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곳에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의 대화가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의 본질은 대화다. 사람들은 트위터 속 대화를 통해 친구와 수다를 떨고, 인맥을 관리하고, 정보를 얻는다. 대화 속에는 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것이 모여 인간사의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트위터 생태계,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디지털 기술 못지않게 배려의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임현욱 사회부문 기자 gu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