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하병준] 포세이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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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는 지진에 대한 이런 저런 신화, 설화들이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로키(Loki)라는 신이 다른 신과 싸우면서 지진이 발생한다고 믿었고 지진 빈발 국가인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커다란 메기가 난동을 피워서 지진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지진의 신으로 겸업을 하고 있다고 나온다. 그가 분노하여 바다 속에서 삼지창을 내리치는 순간 지축이 흔들리면서 땅이 갈라진다는 것이다. 포세이돈의 삼지창 질 한번에 지진과 해일이 동시에 발생한다고 하니 그의 분노를 자극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포세이돈이 화날 일도 많고 쉽게 화를 삭일 수도 없는 듯하다. 중국 사천성 문천(汶川), 아이티, 칠레 등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분노를 표출하더니 3월 14일 오전에는 중국 청해성 옥수현(青海省 玉樹縣)에 삼지창을 내리꽂아 진도 7.1의 강진을 발생시켰다.

시경(詩經)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上也!
오! 하늘이시여

我欲與君相知,長命無絕衰。
전 님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습니다.

山無陵,江水為竭,
산이 평평해지고 강물이 다 마르고

冬雷震震,夏雨雪,
겨울철에 번개가 내려치고 여름에 비와 눈이 내리고

天地合,乃敢與君絕。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될 때 전 님과 헤어질 것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헤어지지 않겠다는 사랑을 노래한 시이다. 이 시구와 영화 <트로이>에서 브래드 피드가 연기한 아킬레스의 말을 연관시켜 보자.

“신들은 인간을 질투해. 우리가 유한한 삶을 살기에, 그래서 매 순간이 마지막일 수 있기에,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을 사는 인간을 질투하지. (The gods envy us. They envy us because we're mortal. Because any moment might be our last. Everything's more beautiful because we're doomed.)”

불멸의 포세이돈이 <시경>에서 읊은 것처럼 ‘산이 평지가 되고 강이 다 마르고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기 전까지 사랑할 것이다’는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의 사랑을 질투해서일까?
전능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근거지를 한 순간에 쑥대밭으로 만들만한 무기를 만들어낸 하찮다 여겼던 인간에게 두려움을 느껴서일까?
그렇지 않다면 영겁의 시간 동안 쉴 수 있는 자신의 보금자리를 구석구석 오염시키는 100년생 인간의 오만 방자함을 벌하는 것일까?

뿐만 아니다. 지난 달에는 이미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 대한민국의 귀중한 약 40인의 젊은 생명을 한 번에 앗아가기까지 했다.

당나라 시인 왕발(王勃)의 <서늘한 저녁에 벗을 그리며(寒夜懷友雜體二首)>에 이런 구절이 있다.

故人故情懷故宴,
그대의 모습, 그대와 나눴던 기억, 그대와 함께 했던 파티

相望相思不相見。
이젠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네.

포세이돈의 분노로 세상을 떠난 청해성 옥수현(青海省 玉樹縣) 지진 사망자와 천안함 장병들은 이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영혼들이다. 무한한 삶을 살 수 있는 저 세상에서 포세이돈과 긴긴 대화 나누며 평안함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하병준 중국어 통번역, 강의 프리랜서 bjha7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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