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탄력 받아 900 재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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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주가가 다시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나흘 연속 상승하며 880선에 올라섰다. 15일 오전엔 890선을 뛰어넘어 900선을 바라보기도 했다. 연말 배당을 겨냥한 배당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시장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주가가 오르자 일각에선 지금 주식을 추격 매수하는 것은 부담이 따른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 왜 오르나=첫째는 전세계 주요 증시의 동반 상승 영향이다. 최근 한국 증시만 오른 것이 아니다. 세계 각국 증시는 이달 들어 5% 안팎의 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의 S&P500지수는 연중 최고치로 올라섰다. 세계의 원자재 공급처인 남미와 호주는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국제 자금은 각국 증시로 흘러들고 있다.

세계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국제유가는 최근 15%나 떨어졌다. 국내에선 지난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가 증시에 힘을 보탰다. 연말 배당투자가 본격화할 시점에서 금리가 다시 뚝 떨어지자 배당주들의 투자 매력은 더 높아졌다. 배당주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배당투자 유망종목들은 종합주가지수 상승을 앞지르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이 최근 3년간 안정적인 배당을 한 고배당 종목 22개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10월 이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3.6%)보다 2.9%포인트 더 높게 올랐다. 이 회사 김승현 애널리스트는 "배당주들이 시장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이번 상승장에선 외국인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2000억원을 순매수했을 뿐이다. 외국인이 빠진 자리를 프로그램 매수세가 메우고 있다.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는 이달 들어 1조6000억원에 달했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위원은 "최근 프로그램의 순매수는 증시의 추가 상승을 보고 들어오는 자금과, 연말 배당을 목적으로 하는 자금 등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주식시장 투입을 기다리고 있는 자금이 상당수라는 점도 시장엔 긍정적이다. 우체국보험과 고용보험 등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만 해도 최대 1조5000억원이 올해 안에 주식시장에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 단기투자는 신중해야=증시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시장 여건이면 주가는 올해 안에 900을 넘어 상승 흐름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야를 멀리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단기적으로는 시세 급등락의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환율 급락이나 유가 급등은 언제든지 주식 시장을 뒤흔들수 있다. 배당주의 경우 주가가 한 단계 더 오르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져나올 가능성도 있다. 또 연말에 배당 자격이 정해지고 나면 내년 초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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