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외환은행 아르빌 지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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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라크 정세가 안정되고 재건 사업이 본격 시작되면 한국 군인과 기업은 물론 현지 이라크 기업들에도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달 초 자이툰 부대에서 파견 군인 및 교민들을 상대로 은행 업무를 한 명의 직원과 함께 시작한 외환은행 아르빌 지점의 이상식(47.사진)지점장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향후 지점 운영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 1982년 외환은행에 입행한 이 지점장은 북한 경수로 사업 지원을 위해 97년 개설된 외환은행 금호지점에서 일하는 등 특수 지역 근무 경력이 높이 평가돼 사내 경쟁을 뚫고 첫 아르빌 지점장으로 선임됐다.

"가족들이 파견 근무를 만류했지만 비교적 안전한 부대 안에 지점이 있는 데다 개인 경호도 철저하다는 점을 설득해 동의를 구했습니다." 그래도 근무 환경은 국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기만 하다. "이달 초 업무 협조 요청차 쿠르드중앙은행장을 만났는데 30여분간의 면담 시간 동안 두 차례나 정전이 될 정도로 전력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이 지점장은 전쟁의 여파로 통신 시설이 대부분 파괴돼 유선전화 이용은 물론 은행 본점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도 쓸 수 없어 70년대 초반처럼 수작업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무 때문에 이동할 때도 무장한 경호 인력과 함께 움직여야 할 정도로 아직 부대 주변의 치안은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렇지만 국내 기업의 진출 전망은 어느 곳보다 밝다고 낙관했다. 쿠르드 자치구 역시 전후 개발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데다 무엇보다 현지인들이 국내 기업들에 매우 우호적이라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인프라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어서 쿠르드 자치 정부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재건 사업 참여를 적극 원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이 지점장은 전기.통신, 그리고 도로.상하수도 재건 사업 등이 정세가 안정된 이후 한국 기업이 우선적으로 진출할 만한 분야라고 꼽았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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