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발전단계 높인 중국지도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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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계은행 '세계개발보고서' 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규모가 1991년까지는 러시아보다 작았으나 99년에는 세 배가 될 정도로 커졌다.

러시아 경제는 체제개혁 이후 여러 해 마이너스 성장을 해 국민총생산(GNP)이 91년 4천8백억달러에서 99년 3천3백억달러로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의 GNP는 같은 기간 4천2백억달러에서 1조달러 가까이로 증가했다.

중국은 91년 러시아와 경제력을 역전시켰으며, 그후 줄곧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을 했다. 올해에는 많은 나라가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하는 데도 유독 중국만은 7%나 성장해 부러움을 사고 있다. 중국이 '경제기적' 을 창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의 제2차 5개년계획(67~71)고문을 역임한 바 있는 어마 아델만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개발도상국 발전의 원동력은 지도자들의 능력이라고 하는 '지도자 헌신이론' 으로 유명하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기적적인 성장은 장쩌민(江澤民) 주석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들이 발전단계에 맞게 적절한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베이다이허(北戴河) 대회에서 발표한 3개 대표론, 즉 선진 생산력.선진 문화 및 광범한 이익대표론도 그러하다.

중국은 인구규모 면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다스리기 어려운 나라다. 이런 공산국가를 시장경제라는 완전히 반대되는 길을, 그것도 세계 최고의 속도로 달리게 한 것은 확실히 탁월한 중국지도자들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지난해 말 한국학자들과 같이 개방 이후 네번째 베이징을 방문했다. 올해 7월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푸둥(浦東)지구에서 개최한 국제회의에 참석하느라 상하이를 9년 만에 두번째 방문했다.

두 도시 모두 거의 천지개벽이란 표현이 맞을 정도로 많이 발전해 회의 참석자들은 중국인의 저력에 크게 놀랐다. 중국이 앞으로도 고도성장을 계속한다면 많은 전문가의 전망처럼 미국을 앞서 경제규모 세계제일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세계은행이 정한 기준에 의하면 중국은 구매력 감안, 1인당 소득면에서 후진국 단계를 벗어나 중진국 단계에 막 들어섰다. 중국 엘리트들은 이 점을 잘 알 필요가 있다. 후진국민이란 생각에서 벗어날 때다. 신 발전단계에 맞는 혁신적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에 장쩌민 주석이 3개 대표론을 발표하고, 사유재산의 철저한 보장과 사영업자(私營業者) 등 자본가의 공산당 입당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그런 차원의 정책으로 중국 발전의 차원을 크게 높일 획기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침에 대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공산당 내외 인사들의 저항도 예상되나 중국은 앞으로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고, 2008년 올림픽을 개최하며, 공산당이 전세계적으로 몰락하고 있으므로 저항의 명분이나 실리는 없을 것이다.

영국의 세계적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이번 3개 대표론이 시행된다면 중국은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 1인당 소득 4천달러 달성목표를 최소한 10년, 잘하면 20년은 앞당겨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는 세계적인 사상가와 지도자들이 옛날에도 많았지만 지금도 많다. 중국인들은 마르크스 등 어떤 서양 사상가의 이론 밑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그 위에 올라가서 장쩌민 주석이 추진하는 바와 같이 국민의 안녕과 복지중심의 실사구시 이념에 따라 발전할 때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가 지적한 것처럼 세계의 중심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송병락 <서울대학교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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