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의 아름다운 마음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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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멕시코 출신의 한 불법체류자가 로스앤젤레스에서 20여만달러의 돈벼락을 맞고도 돈을 주인에게 돌려줘 화제가 되고 있다.

한달 내 접시닦기를 해 번 돈 1천3백달러 중 멕시코의 부모에게 어김없이 8백달러씩 송금해 온 효자이기도 한 아센시온 곤살레스(22)가 현금 보따리를 주은 것은 지난달 27일 밤.

곤살레스는 이날 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을 지나다 마침 이곳을 통과하던 무장현금호송차량에서 현금백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얼른 달려가 현금 백을 열자 무려 20만3천달러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쓰레기통에 현금다발을 숨겨놓고 귀가한 곤살레스는 하늘이 주신 선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운 곤살레스는 다음 날 아침 KVEA-TV 아침방송에서 앵커맨이 "이만한 거금을 줍고도 선뜻 주인에게 돌려주는 양심적 시민은 없을까요□" 라는 말을 듣고는 돈을 돌려주기로 결심했다.

현금수송회사도 그에게 보답했다. 곤살레스에게 2만5천달러의 보상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그의 신분을 고려해 수표가 아닌 전액을 현금으로….

로스앤젤레스 경찰도 관용을 베풀었다. 그가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연방이민국(INS)에 알려줘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곤살레스는 이 돈을 가지고 멕시코로 곧 금의환향할 계획이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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