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김중권대표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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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도전받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비판으로 표면화한 여권의 권력갈등 때문에 金대표의 당 장악력이 떨어지는 양상이다. 노무현(盧武鉉)상임고문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金대표를 공개 비난했다.

盧고문은 "정략적 이해로 인한 갈등이 불거지고 정략적 공세의 초점이 청와대로 집중돼 걱정" 이라면서 "청와대가 당을 흔든다는 주장은 옳지 않으며, 金대표가 사리에 맞지 않은 얘기로 청와대 참모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고 직격탄을 날렸다. 金대표 취임 당시 "기회주의자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고 주장했던 盧고문이다.

그는 "구로을 후보 선정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비공식적인 견해를 표명했을 뿐이고, 대통령 뜻을 빙자한 것도 아닌데 그게 왜 대표를 흔든 것이냐" 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金대표의 처신이 거론됐다. 김근태 위원은 "金대표는 대통령과 가장 자주 만날 위치에 있지 않으냐.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해 해결해야지 언론에 대고 말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 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근태.박상천(朴相千).김기재(金杞載).신낙균(申樂均)위원 등 7명은 공식 회의 뒤 金대표의 해명을 듣기 위해 대표실에 따로 모였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여권이 내분에 휩싸이는 상황이 전개된 것은 金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 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金대표는 그동안 청와대 비서진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표는 "지난 8일 청와대 당무보고 당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부터 '구로을에 金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검토해 보라' 는 얘기를 들었다" 며 "그러나 수석비서관도 아닌 하급 비서관들이 '조사 결과 金대표는 안된다' 는 얘기를 했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났다" 고 설명했다고 한다.

金대표로선 동교동계와의 껄끄러워진 관계도 부담이다. 범동교동계인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과 박지원 정책기획수석.남궁진 정무수석과 맞서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金대표는 이날 아침 동교동계 핵심인 김옥두(金玉斗)의원과 조찬을 함께 했다. 金대표는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언급이 언론에 확대 보도됐다" 고 해명했다고 한다.

김종혁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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