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제조기업대상] 디지털 복합기 제조 '롯데캐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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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경기도 안산의 롯데캐논 공장에서 직원들이 각자의 작업대에서 디지털복합기(팩스.출력.복사.스캔 복합기능)를 조립하고 있다.안산=김태성 기자

대한산업공학회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제1회 산업공학과 교수가 선정한 올해의 제조기업 대상'에 롯데캐논.대륙제관.희성금속 등 3개 회사가 선정됐다. 대한산업공학회는 20여개 수상후보업체를 대상으로 1차 서류심사를 해 6개 회사를 뽑은 뒤 지난달 현장 실사를 거쳐 수상업체를 결정했다. 대한산업공학회 최후곤 교수(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부)는 "당면한 경영과제를 혁신적인 경영활동을 해결하고 경영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눈에 띄게 경영실적이 나아진 업체를 중심으로 수상업체를 골랐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롯데캐논의 경기도 안산 공장. 공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가 이 공장에는 없다. 직원 한사람이 수십개의 부품을 앞에 놓고 디지털복합기를 혼자 조립한다. 롯데캐논이 1999년 초 도입한 '셀' 생산방식이다. 여러 손을 거쳐 제품을 조립하는 방식을 확 바꾼 것이다.

롯데캐논 김영순 생산본부장은 "주문량은 자꾸 늘어나는데 공장이 비좁아 컨베이어 벨트를 더 늘일 수 없게 되자 고민 끝에 셀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때마침 일본 캐논이 도요타의 셀 생산 체제를 벤치마킹하던 중이어서 이를 한국에도 적용키로 한 것이다.

15년 동안 수십억원을 들여 설치한 108m 길이의 컨베이어벨트를 뜯어냈다. 셀 생산방식이 자리를 잡자 2001년 7월부터는 필요한 만큼만 그때그때 생산하는 '동기 생산방식'을 도입했다. 일단 부품이 들어오면 그날 안에 완제품을 만드는 체제다. 당일 완제품 출하가 어려우면 아예 생산을 하지 않는다. 1주일 이상 생산계획이 없으면 직원들은 집단 연월차를 내고 쉰다. 하루나 이틀 쉴 경우엔 직원들에게 생산혁신 교육을 한다. 이러자 이 회사의 부품재고량은 예전의 30% 수준으로 낮아졌다.

2002년 2월에는 생산조직까지 셀 방식에 맞게 재편했다. 직원 50~100명씩 하나의 팀으로 만들었다. 각각의 팀은 자재 등 부품발주는 물론 원가와 재고관리, 제품검사까지 독립적으로 한다. 6개의 팀이 제각기 하나의 회사인 셈이다. 생산관리.자재.검사 등을 혼자 하는 기능공에겐 '마이다스'란 이름을 붙여줬고 디지털복합기를 혼자 만드는 사람은 '마에스터'로 지정했다.

김 본부장은 "생산방식에 맞춰 조직을 바꾼 것은 아직 일본 캐논 본사도 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전보다 24%나 올라갔고, 불량률은 열배 감소했다. 이런 노력으로 롯데캐논의 생산량은 4년 전에 비해 네배로 늘었다. 연간 5만대의 디지털복합기를 생산하던 공장이 별다른 증설 없이 20만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조직을 재편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조직원들이 능동적인 사고를 가져야 하고 숙련이 잘된 기능공이 많아야 셀방식의 조직이 성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정된 수출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조직 재편작업이 예정보다 늦어지기도 했다. 1년여 동안 워크숍을 수시로 열어 조직개편의 장점을 설득한 끝에 직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롯데 캐논 안산공장은 캐논 본사는 물론 마쓰시타(松下)등 다른 일본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지난해 3월 삼성의 고위경영진이 이 공장을 둘러보고 "굳이 외국에 나가 공장운영방법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말해 삼성 경영진도 이 공장을 자주 찾는다.

김 본부장은 "2010년까지 같은 공장에서 연 50만~100만대를 만들 수 있도록 생산공정 개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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