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 주5일 근무 십계명 위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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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주5일 근무제는 과연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인가?

십계명은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 이나 '일곱째 날은 안식일인즉 거룩히 지키라' 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하나님이 엿새 동안 천지를 창조하고 일곱째 날 쉬었듯이 6일을 일하고 하루를 쉬라는 명령이다. 주6일 근무제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서두르자 개신교계 일부에서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위와 같은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계명의 해석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아 개신교계 내 논란이 팽팽하다.

지난 일요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주일예배 설교에서 조용기(사진)목사는 "6일 일하고 하루 쉬는 것이 하나님의 뜻" 이라고 말했다. 주6일 근무제가 하나님의 뜻이며, 주5일 근무제는 인간 위주의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조용기 목사의 교계 내 위상을 감안할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선 주목할 대목은 '보수적인 교계의 목소리' 를 대표한다는 점이다. 주5일 근무제를 반대하는 근거는 물론 십계명의 가르침에 대한 문자 그대로의 엄격한 해석이다. 보수적인 목회자나 신학자들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보수 교단을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만신)(http://www.cck.or.kr)의 교회발전위원회(위원장 이종윤 목사)가 최근 '주5일 근무제 반대' 입장을 결의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종윤 목사는 위원회의 입장을 정리한 글에서 "주5일 근무제는 십계명에 위반된다" 며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저지하는 영적 전쟁" 을 선포했다.

이에 대한 반론은 주로 교계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주로 평신도들과 젊은 목회자들의 목소리다. 이들은 "십계명을 그렇게 문자 그대로 지키자는 일부 해석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비현실적" 이라고 비판한다.

성서학자인 배철현(한님성서연구소 연구위원)씨는 "안식일이란 구약의 관습을 오늘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문자주의는 비현실적이다. 정확히 말해 안식일이란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다. 그렇다고 우리가 유대인들처럼 금요일 저녁부터 모든 일을 중단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라고 반문했다.

종교학자 이진구(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씨는 "십계명은 명분에 불과하다. 보수 교단, 특히 도시의 초대형 교회가 주5일 근무제를 반대하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주말이 연휴가 됨에 따라 주일예배 참석자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1990년대 들어 개신교계의 교세나 영향력이 줄어드는 추세가 분명한 가운데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은 분명 교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는 신학적 설명의 차원을 넘어 전체 사회복지 차원에서 도입이 불가피하다" 고 주장했다.

이같은 지적과 비판이 만만찮기에 한기총이나 순복음교회도 아직은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기총 관계자는 "교회발전위원회 차원에서 주5일 근무제 반대를 결의했지만 아직 한기총 전체의 공식입장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9월 중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것" 이라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도 "조용기 목사가 언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교회 공식입장은 아니다. 교회 내 신학연구소에서 신학적인 검토를 하고, 직원이나 신자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준비 중" 이라고 말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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