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전쟁’ 창피해 … 값보다 상품 전쟁 나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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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롯데마트 노병용 사장. 롯데마트에서만 파는 단독 상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행복나눔N마크 사업에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비즈니스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으로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제공]

“이젠 ‘가격 전쟁’이 아니라 ‘상품 전쟁’입니다.”

올 초 경쟁업체인 이마트가 가격 할인에 나서자 그보다 10원 더 싸게 파는 ‘10원 전쟁’으로 대응했던 롯데마트 노병용(59) 사장은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0원 전쟁 하던 걸 생각하면 창피해 죽겠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미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기존 업체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서로 경쟁 중인데, 이들에게 가격을 더 낮추라고 압력을 넣는 것은 업체에도, 소비자에게도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롯데마트에서만 볼 수 있는 싸고 좋은 상품으로 경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사장은 “롯데마트 상품기획자(MD) 200명에게 전 세계를 뒤져 1인당 1년에 한두 품목의 단독 상품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렇게 하면 소비자에게 매주 단독상품 2~4개를 꾸준히 선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부터 롯데마트 MD 200명은 사무실에 있는 게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있든지, 현장에 있든지 둘 중 하나”라고도 했다. 노 사장은 19일부터 MD 200명의 출퇴근 시간을 없앴다. 그는 2~3개월 지나면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 19곳, 중국 80곳, 베트남 1곳 등 100개의 대형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중 해외 매장이 가장 많다. 노 사장은 “현지법인 마크로를 인수한 인도네시아에선 다음 달까지, 타임스를 인수한 중국에선 7월까지 롯데마트로 간판을 바꿔 달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인도네시아 매장은 매년 20~30%씩 고성장을 하고 있다. 노 사장은 “인도네시아의 소매업자들이 물건을 구할 수 있는 도매 형태의 마트로 운영한 게 성장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 대표 매장은 올해 새로운 시도를 한다. 노 사장은 “기존 도매 형태를 일부 유지하면서 매장의 3분의 2는 소매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연내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독자 물류망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해외에선 어려운 일이다. 롯데마트는 2300억원을 들인 동양 최대 규모의 경기도 오산 물류센터 같은 시설을 중국에 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금 80개인 중국 롯데마트 점포가 100개 정도로 늘면 독자 물류센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인기가 많고 잘 팔리는 라면, 친환경 화장지, 떠먹는 요구르트 등 자체상표(PB) 제품 6개에 ‘행복나눔N마크’를 붙여 제품 매출의 0.5%를 기부하기로 했다. 노 사장은 “3500여 명 임직원이 3600개 후원 계좌를 만들어 위스타트 운동본부에 기부하는 등 평소에도 어린이를 위한 기부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눔에 꾸준히 참여해 ‘유통업체=장사꾼’이란 인식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비즈니스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으로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점포에서도 ‘소비가 나눔으로 이어지는 기부 모델’을 만들어 적용할 생각도 있다. 나눔 참여 문의 한국사회복지협의회 02-2077-3958.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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