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정부 기록물 관리 전문화 급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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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기록은 인간활동의 근거다. 인간은 기록을 통해 활동근거를 제시하고 또 의미를 발견한다. 때문에 공적(公的)활동에는 항상 기록의 생산과 관리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체계적인 기록관리는 투명한 사회의 초석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기록관리는 공무수행의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을까?

정부 2백97개 위원회 중 절반 정도가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다는 보도는 회의록 생산과 관리가 엉망임을 말해준다. 폐기돼야 할 기록은 쌓여 있고 정작 중요한 기록은 폐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체계적이지 못한 기록관리는 ▶법적 뒷받침의 미비▶기록관리 전문인력의 부재▶기록관리 기구의 부족 등 기록문화의 저급성에서 비롯된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록물 관리법이 제정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지난해 시행된 이 법에는 공공기관이 자료관을 설치하고 기록물 관리 전문요원이 그 운영을 맡도록 규정돼 있다.

기록관리는 도서관.박물관 업무처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대학원의 기록관리학 과정이나 국가 기록연구원 같은 민간단체의 기록관리학 교육에 기대를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민과 언론이 기록관리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무수행이 투명해질 때 시민의 권리는 지켜질 수 있다. 기록관리의 관점에서 볼 때 정보공개 운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록관리 감시운동이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관심을 기대한다.

이영남 <정부기록보존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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