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탓인가
눈 침침하다
눈은 넋 그물
넋 컴컴하다
새벽마저 저물 녘
어둑한 방안 늘 시장하고
기다리는 가위소리 더디고
바퀴가 곁에 와
잠잠하다
밖에
서리 내리나
실 끊는 이 끝 시리다
단추 없는 작년 저고리
아직 남은 온기 밟고
밖에
눈 밝은 아내
돌아온다
가위소린가.
-김지하(1941~ ) '쉰'
쉰이면 바퀴가 곁에 와 멈추는 나이라서 그런가. 시 전체가 어둑하고 조용하나 시인의 귀가 밖으로 열려 있어 거기 "눈 밝은 아내" 가 가위소리와 함께 돌아오는 발짝소리를 듣는다. 뜨락에 아직 남은 온기를 밟고서….
이시영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