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국립현대미술관, 분발과 각성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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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연구 역량에 대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21일~8월1일 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현대미술의 전개 - 전환과 역동의 시대' 전 때문이다. 1965년부터 10년에 걸친 현대미술의 전개상황을 정리.재평가한 대형 기획전이다.

비판을 처음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김찬동 문예진흥원 문학미술팀장 겸 웹진 '미술과담론' 편집인. 김팀장은 지난 7월 31일자 본지 기고를 통해 "준비와 연구가 부실해 역동성도 새로울 것도 없는 맥빠진 전시가 됐다" 면서 "없어져서 재제작한 당시 작품들에는 원작의 에너지나 감성이 제대로 담겨있지 않다" 고 지적했다.

국립현대미술관측은 지난 6일자 본지에 "2년에 걸쳐 충분히 준비한 전시이며 재현작품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생생히 복원했다" 는 반론을 실었다.

이에 대해 김미경(강남대.미술사)교수가 "국내 전시의 근본적이고 고질적인 문제점" 이라며 비판대열에 동참했다. 김교수는 지난해 이화여대에서 '1960~70년대 한국의 실험미술과 사회' 논문으로 한국 현대미술사에 관한 최초의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 미술관의 의뢰로 이번 전시에 핵심자료들을 제공했으며 도록에 해설문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또하나의 시각을 찾아서' 를 게재하는 등 직접 참여했다.

김교수는 "미술관측은 전시 몇개월 전에야 논문자료 협조를 구했고 그 무렵에 작가파일을 만들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고 지적했다. 그는 "내 논문은 당시의 사회현실에 대응한 설치.이벤트 등의 실험미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고 애초의 전시취지도 이같은 방향이었다" 고 말하고 "그러나 결국에는 평면과 기하추상 작품 등이 절반을 차지함으로써 성격이 불분명한 전시가 되고 말았다" 고 말했다.

김교수는 이어 "재현작품들은 크기와 형상이 달라져 원본과는 상당한 차이가 생겼다. 하지만 전시 2~3개월 전에야 재제작을 의뢰했던 터라 이를 바로잡을 시간이 없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측은 "재현작품들은 없어진 옛날 재료, 달라진 전시공간 등의 제약으로 원본과 조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고 설명하고 "해당 시기를 재조명하는 국내 최초의 전시로 크나큰 의미가 있는데도 흠집내기식 비판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고 말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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