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로저 노링턴은 “나의 해석이 많은 논쟁에 휘말리는 걸 알고 있다. 가야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길을 12년동안 함께 한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과 다음 달 내한한다. [성남아트센터 제공]
실제로 그의 음악은 담백하다. 속도도 빠르다. 노링턴은 “박자 세는 기계인 메트로놈이 보급되기 이전의 베토벤은 훨씬 빠른 속도를 생각하고 있었다”며 연주에 속력을 냈다. 80년대 중반에 그가 녹음해 낸 베토벤 교향곡 음반들은 경쾌하고 가벼운 해석으로 화제가 됐다. 베토벤 9번 심포니는 선배 지휘자 푸르트뱅글러의 연주보다 12분 짧았다.
과감한 해석에는 찬반이 분명히 갈렸다. 노링턴이 음식에서 ‘크림’을 걷어내듯 비브라토를 걷어내자 일부 음악 팬들은 담백함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너무 빨라 언제 박수를 쳐야할지조차 헛갈린다’는 혹평도 나왔다.
베토벤 뿐 아니다. 말러·브루크너 등 노링턴의 음반이 나올 때마다 극과 극의 평이 오간다. 노링턴은 이에 대해 “사람들이 놀란 이유는 나의 해석이 지금까지 스타일과 다르기 때문이지, 틀렸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 빠른 것이 아니라 다른 연주자들이 느린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음악에도 과학적·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신은 새로운 작품을 연주할 때마다 음악학자와 충분히 상의하고 문헌·역사 등을 철저히 조사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신념은 1962년 슈츠 합창단을 창단한 후 시작됐다. 바흐 이전 시대의 작곡가 하인리히 쉬츠(Heinrich Sch
수십년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던 노링턴은 다음달 초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선다. 98년부터 이끌고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과 함께 하이든·드보르자크를 연주한다. 새로운 논쟁을 기대하고 있는 걸까. 그동안 화제가 됐던 모차르트·베토벤 등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 작품들이 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늘 익숙한 음식만을 먹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 로저 노링턴과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5월 6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