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김태균 새 '고졸 신화'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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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고민이야. 발이 느려 외야는 못시키고 벤치에 앉혀두자니 방망이 실력이 아깝고…. "

한화 이광환 감독은 김태균(19.사진)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한숨부터 쉰다. 타격은 빼어나지만 수비 위치가 1루수다. 1루수라면 장종훈(33)과 김종석(30) 등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어 주전으로 나설 여지가 없다.

결국 남는 자리는 왼손투수가 등판했을 때 지명타자 정도다. 지난 9일 마산 롯데전에서는 '깜짝 3루수' 로 출전했으나 3루수는 '완전 초보' 라 아직 자신의 수비 위치라고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지난 15일 대전 기아전에서 김태균은 상대 선발투수가 다행히(?) 왼손 레스여서 선발 지명타자(타순 6번)로 출전할 기회를 잡았다. 자신의 우상인 5번 장종훈의 바로 뒤였다. 올해 천안북일고를 졸업한 김태균은 15년 전 세광고를 졸업하고 빙그레(한화의 전신)에서 '연습생 신화' 를 만들어낸 장종훈을 영웅으로 여긴다.

첫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김태균은 4회말 두번째 타석에서 좌전안타로 감각을 찾았다. 팀이 1 - 3으로 뒤지다 장종훈의 2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어 관중석에서는 채 박수소리가 멈추지 않은 상황이었다. 세번째 타석에 들어선 김선수는 초구를 냅다 걷어올려 왼쪽 담장 너머로 날려버렸다.

우상 장종훈과 함께 랑데부 홈런을 때린 김태균은 8회말에는 바뀐 투수 성영재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연타석 홈런을 뽑아냈다. 이로써 김태균은 시즌 10호 홈런을 기록했다. 드문드문 경기에 나서며 54경기 1백19타수 만에 기록한 두자릿수 홈런이었다.

그해 고교를 졸업하고 주전선수도 아닌 햇병아리가 두자릿수 홈런을 때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김태균 이전에 고교 출신으로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주인공을 보면 해답이 나온다. 무려 6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그 주인공은 1995년 경북고를 졸업한 여드름투성이의 청년 이승엽(삼성)이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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