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총각 등치는 러시아 여성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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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푸른 눈의 러시아 신부(新婦)를 조심하라' .

국제결혼정보업체를 통해 한국남성과 결혼한 뒤 이혼, 위자료를 챙기려 한 러시아 여성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결혼정보업체와 짜고 초혼인 것처럼 속여 결혼한 뒤 가출.부부관계 거부 등의 방법으로 고의로 이혼하곤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외사과는 16일 재혼인 러시아 여성들을 초혼이라고 속여 국내 남성들에게 소개해준 뒤 수수료 명목으로 1인당 1천만원씩 3천만원을 챙긴 N국제결혼정보업체 대표 K씨(47)와 A씨 등 러시아 여성 두 명을 사기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5월 이 업체의 알선으로 러시아 여성 A씨와 결혼했던 金모(28.충북 충주)씨는 결혼 24일 만에 아내의 이혼 요구를 받고 망연자실해 있다.

金씨는 "빚까지 내서 중개수수료 1천만원을 냈는데 아내가 살림은커녕 부부관계 요구에도 응하지 않더니 갑자기 이혼하자며 위자료 2천만원을 요구했다" 고 말했다.

A씨는 이 업체의 중개로 지난 3월 다른 한국남성과 20여일간 결혼생활을 했던 것으로 밝혀져 金씨를 더욱 경악케 했다.

또 다른 피해자 朴모(42.서울 강남구)씨는 지난 6월 이 업체가 제공한 러시아 신부후보들의 사진을 보다가 B씨(24)를 선택, 업체대표 K씨와 함께 러시아로 향했다. 朴씨는 현지에서 B씨와 맞선을 보고 약혼식을 치른 뒤 결혼비자로 그녀를 초청, 결혼수속을 밟았다.

그러나 B씨는 결혼에는 관심이 없는 듯 업체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했고 업체 인터넷에 버젓이 결혼추천 대상자로 등록해 朴씨를 격분케 했다. B씨 역시 러시아에서의 결혼경력을 숨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조사 결과 金씨는 지난 4월 서울 마포구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러시아 출신인 부인 M씨(40)를 러시아로 보내 한국행을 원하는 여성들을 포섭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 업체를 통해 결혼한 러시아 여성 다섯명 가운데 세명이 이혼하거나 이혼수속 중" 이라며 "러시아 여성들이 결혼을 통해 쉽게 입국한 뒤 위자료를 챙기고 불법취업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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