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거래 늘며 주식 시세판 없는 증권사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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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수시로 빨간불.파란불이 번갈아 켜지며 투자자들의 발을 묶어두는 주식 시세판이 없는 증권사 점포가 점차 늘고 있다.

많은 증권사들이 사이버 거래가 늘어나면서 고객 유인 효과가 적다고 판단, 아예 설치하지 않거나 기존 시세판마저 철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국에 모두 26개 지점을 새로 내면서 시세 전광판을 한군데도 설치하지 않았다. 일선 점포가 주식거래 주문을 받는데 주력해서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 최기훈 과장은 "수익증권 (펀드)판매 등 오프라인 쪽의 고수익 영업 거점으로 지점을 활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

세종증권도 전국 14개 지점 가운데 서울에 있는 지점 8곳의 기존 시세판을 모두 철거했다.

온라인 영업에 주력하다 보니 매일 객장에 나와 시세를 확인하는 고객이 드물어졌다는 설명이다.

주요 증권사도 고정 고객이 거액을 거래하는 비율이 높은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시세판을 두지 않고 있다.

LG투자증권이 강남타워.테헤란로.도곡동.트윈지점 등 7개 영업점에 시세판을 설치하지 않거나 철거했고, 교보증권도 압구정.테헤란지점 등 2개 지점을 시세판없이 운영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최근 앞다투어 개설 중인 VIP 영업점에서도 시세판을 찾아 볼 수 없다.

삼성증권이 서울 강남과 광화문에서 운영 중인 S&I클럽과 현대증권의 63빌딩.코엑스 리치그룹, 동원증권의 강남 인터컨티넨탈호텔 마제스티클럽, LG증권의 강남역 골드넛 등은 랩어카운트 등 자산관리 서비스에 주력하는 영업 특성과 어울리지 않아 처음부터 시세판을 설치하지 않았다.

이밖에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나고 있는 증권사들의 사이버 영업점도 시세판없는 증권사 지점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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