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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 보상금 허위수령 29명 적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경남 밀양시 하남읍에 사는 유모(39)씨는 지난해 6월 낙동강 하천부지(둔치)에 철재 비닐하우스 20동(9900㎡)을 부랴부랴 설치했다. 친구들로부터 “하천 빈 땅에 하우스를 설치해 놓으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평소 감자를 심던 남의 땅을 빌려 신속하게 작업을 했다. 정부가 ‘4대 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하천부지에 설치된 비닐하우스 등 농사용 지장물의 이전 비용을 지급한다는 소문이 마을 주변에 퍼지고 있을 때였다.

친구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유씨가 비닐하우스를 짓고 난 뒤인 6월 말~7월 보상금 산정을 위한 현장실사가 시작됐고, 유씨는 지난해 12월 24일 보상을 담당한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농사용 지장물 이전비용으로 총 52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정부의 4대 강 살리기 예산이 줄줄 새나가고 있다. 경남밀양경찰서는 17일 하천부지에 무허가 시설물을 설치해 모두 14억2400여만원의 보상금을 타낸 혐의(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밀양시내 주민 29명을 검거해 유씨를 구속하고 민모(46)씨 등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나머지 20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평소 하천부지에 농사를 짓지 않았으나 4대 강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가 현장실사를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급하게 철제 구조물과 하우스 등을 만들어 보상금을 받아냈다. 무허가 하천부지지만 수년 전부터 농사를 짓거나 구조물이 있는 경우 지상 시설물에 대해선 점유권을 인정한다는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농사를 짓는 것처럼 가짜 서류를 제출해 영농손실 보상금을 타낸 주민들도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농사를 짓지 않는 외지인과 짜고 허위서류를 만들어 보상금을 타낸 혐의로 김해시에 사는 마을 이장 조모(55)씨 등 20명을 지난달 20일 불구속 입건했다. 조씨는 지난해 4월 4대 강 사업 보상지역인 김해시 생림면 문모(44·부산시 거주)씨에게 허위 영농사실확인서를 발급해 주고 보상금 548만원을 타내게 한 뒤 이 중 270만원을 챙긴 혐의다.

조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부산·창원·대구 등 도시에 사는 농지 소유자에게 18차례 허위서류를 발급해 주고 3억2000여만원의 보상금을 보정 수령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씨가 허위서류를 발급해 준 사실은 밝혀냈지만 농지 소유자들로부터의 금품수수 혐의는 확인하지 못했다.

아예 가짜 농민을 만들어 보상금을 수령한 경우도 있다. 창녕경찰서는 농사를 지은 것처럼 가짜 서류를 제출해 영농보상금을 타낸 배모(45)씨를 1월 불구속 입건했다. 배씨는 창녕군 길곡면 마천리 낙동강 하천부지 5736㎡에 지난 5년간 직접 무·감자·배추를 경작한 것처럼 속여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2000여만원의 보상금을 타낸 혐의다.

창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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