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씨 평행선 주장…인천공항 외압의혹 수사 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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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의 인천국제공항 유휴지 개발사업 관련 외압 의혹 사건 수사가 예상대로 벽에 부닥쳤다.

수사 착수 사흘 만인 10일 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주요 관련자(이상호 전 인천공항 개발사업단장.국중호 전 청와대 행정관)를 소환했지만 빠른 속도에 비해 아직 이렇다할 소득은 없는 상태다.

두 사람은 이날 대질신문에서도 "외압이었다" (李씨), "허위 주장이다" (鞠씨)라며 평행선만 달렸다. 검찰 관계자는 "李씨와 鞠씨의 소환조사로 급진전되리라 기대했던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양상" 이라고 토로했다. 때문에 다음주 있을 李씨와 강동석 공항공사 사장과의 대질이 과연 사건의 실체를 푸는 자리가 될 수 있을건지가 관심이다.

핵심 쟁점은 세가지다.

강동석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에어포트72가 선정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鞠전행정관이 같은 이유로 압력성 전화를 했는지, 그리고 李전단장이 ㈜원익을 선정하기 위해 고의로 평가항목을 바꾸었는지다. 이에 대한 뚜렷한 결론없이 수사가 매듭지어질 경우 이번 사건은 의혹만 잔뜩 부풀린 채 두고두고 시빗거리가 될 상황이다.

◇ 외압 공방〓李씨는 검찰에서 姜사장으로부터 에어포트72가 선정되도록 평가기준 수정 압력을, 鞠씨로부터도 같은 목적의 전화를 받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姜사장은 "수익 극대화를 위한 최고경영자의 경영판단에 따른 조치" , 鞠씨는 "사업자 선정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해 달라는 전화였을 뿐" 이라고 밝히고 있다.

姜사장이 지시를 하고 鞠씨가 전화를 건 것은 사실이지만, 세 사람 주장의 옳고 그름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물증이 없다는 것이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특히 鞠씨의 압력 부분에 대해선 "자체조사 결과 외압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고 한 청와대 신광옥(辛光玉)민정수석의 발언이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 실정이다.

◇ 역 로비 부분〓姜사장은 사업계획서 제출마감 전날(6월 21일) 李전단장이 사업자 평가항목을 '토지사용료' 에서 '토지사용기간' 으로 바꾼데 대해 "토지사용료를 적게 제시한 ㈜원익측에 유리하도록 제외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원익의 사업계획서에는 종합토지세 산출근거 등을 포함한 토지사용료 항목이 정확히 산정돼 있지 않아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李전단장은 "실무선에서 작성 과정에서의 실수" 라면서도 "토지사용료를 내겠다는 의사표시 만으로도 기본 요건을 충족한 것" 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당분간 이런 상황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결국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정영진.엄태민.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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