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안테나] 차태현 아버지가 수건을 빠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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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매일 오전 9시 KBS 본관 3층의 남자 화장실엔 깨끗한 수건 두 장이 걸린다. 지난해 여름부터 단 한번의 예외도 없었다.

처음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소문이 퍼지면서 이 층에 위치한 교양제작국.편성국.아나운서실의 직원들 사이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리고 누가 수건을 갖다놓나 숨어 지켜본 사람들에 의해 드디어 신분이 드러났다. 바로 KBS 효과자료실에 근무하는 차재완(57) 차장이다. 그는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탤런트 차태현(26)의 아버지로 더 유명하다.

"내 스스로 작은 행복을 느끼는 일인데, 외부에 자랑해서야 되겠느냐" 며 인터뷰를 고사하던 차씨는 "동료 직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 벌써 1년이 됐다" 고 말했다.

그는 퇴근하면 직접 세탁기를 돌린다. 처음에는 집에 있던 수건을 갖다 썼지만, 양을 감당할 수 없어 아들의 팬이 보내준 수건 50장을 교대로 썼다.

차씨는 "아들의 성공 등 너무 많은 축복을 받고 있어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싶었다" 며 "사실을 알게 된 아나운서 선배들이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이라고 칭찬하지만, 감당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성공적인 가수 데뷔에 이어 요즘 영화 '엽기적인 그녀' 의 대히트로 최고의 날을 보내고 있는 차태현의 뒤에는 이렇게 음덕(陰德)을 쌓아가는 아버지가 있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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