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무사고 서울지하철공사 민병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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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고 고비를 숱하게 넘겼지요. 직접 지하철을 운전하지는 않았으나 승무원으로서 승객들과 울고 웃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

서울지하철공사 종로승무소 소속 민병태(閔丙泰.52.사진)씨는 10일이면 1만8천시간 무사고 승무 기록을 갖게 된다. 1984년 지하철 근무를 시작한 이래 17년7개월 만이다.

단 한건의 사고도 없이 승객을 모셔왔지만 아찔했던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 가운데 96년 1호선 노량진역에서 술에 취해 선로에 떨어진 30대 승객을 구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하루 10시간이 넘는 격무와 불규칙한 출퇴근에 시달리면서도 閔씨는 승객들의 안전을 돌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로부터 "열심히 일하는 아빠가 자랑스럽다" 는 말을 들으면 피로가 싹 가시곤 했다.

5년 남은 정년퇴직 때까지 무사고 기록을 이어가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는 "전동차 문에 우산이나 가방이 끼면 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달라" 고 당부했다.

지하철공사는 10일 2호선 신설동역 승강장에서 閔씨의 1만8천시간 무사고 승무를 축하하는 조촐한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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