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좇다가 큰 코 다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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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물과 지수 선물시장에서 단기이익을 좇아 연일 엇박자 걸음을 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증시는 물론 달러 환율변동에 따라 발 빠르게 포지션을 바꾸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가들이 외국인 동향에 편승해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한 주 동안 주가가 꽤 오른 데다 지난 주말 미국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 외국인 발빠른 움직임〓외국인들은 지난달 23일 이후 10일(거래일 기준) 가운데 7일간 4천4백여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SK텔레콤은 꾸준히 사들였고 지난 1일부터 국민은행.주택은행.하나은행 등을 대량 순매수했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세는 핵심 블루칩과 일부 금융주에 한정돼 있어 추세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1일 국민은행을 1백30만주, 2일에도 2백30만주나 순매수했지만 3일엔 58만주를 팔아 치웠다. 국민은행 주가가 한때 2만원을 넘어서면서 차익 실현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외국인들은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1백36만주나 순매도했던 현대차를 3일에는 37만주를 순매수했다. 우량 종목이라도 장기보유하지 않고 주가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팔아치우는 단타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피데스증권 정동희 투자전략팀장은 "아르헨티나 등 신흥개발 국가들의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미국 정부가 달러강세 정책을 누그러뜨린 것이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했다" 며 "달러 약세가 진정되면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는 크게 약해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 갈피 못잡는 선물거래=종잡을 수 없는 외국인들의 움직임은 주가지수 선물시장에서 두드러진다. 외국인들은 지난 26일 이후 선물 시장에서 하루 걸러 큰 폭의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열흘 동안 현물 주식을 대량 순매수하면서 선물은 대량 매도하거나 현물을 매도한 날에 선물을 대거 사들인 날이 절반에 이른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던 지난 2일.3일엔 외국인들이 각각 1천5백억원어치, 7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지수선물 시장에선 각각 2천3백계약과 3천계약의 순매도 포지션을 취해 시장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동양증권 전균 투자전략팀 과장은 "최근 선물.현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동향은 너무 빨리 변해 일정한 패턴을 파악하기 힘들다" 며 "수익만 좇아다니는 헤지펀드의 성격이 짙다" 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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