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스텔스 어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11월 20일 새벽. 미국 태평양함대의 유조선 미시시네와호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일본이 ‘인간 어뢰’로 공격한 것이다. 바로 자살특공정 ‘가이텐(回天)’이다. 명중 확률을 높이기 위해 승조원이 직접 조종해 목표물을 맞히도록 설계돼 있다. 여기에 탑승하면 돌아올 수도, 탈출할 수도 없다. 뇌관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스스로 자폭장치를 가동해야 한다. 이름 그대로 폭발과 함께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다. ‘가미카제(神風)’와 함께 군국주의의 몰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근래 일본 곳곳에서 옛 일본군 위용의 상징으로 ‘가이텐’을 복원해 전시하고 있다.

어뢰는 ‘어형수뢰(魚形水雷)’의 약칭이다. 물고기 형태의 수중 폭탄이란 뜻이다. 최초의 자주(自走)식 어뢰는 1866년 오스트리아 해군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길이 3.35m, 지름 36㎝의 원통형에 다이너마이트 8㎏을 채웠고, 압축공기로 추진동력을 얻었다. 이후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폭발력과 사정거리가 엄청나게 증강됐다. 스스로 표적을 추적하는 자동명중방식과 유선유도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현재 한국 해군은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중어뢰 ‘백상어’와 구축함이나 헬기에서 발사하는 경어뢰 ‘청상어’가 실전 배치돼 있다. 특히 청상어는 음파탐지 능력이 뛰어나고, 1.5m의 철판도 뚫는 것으로 공개돼 있다.

그러자 어뢰를 피하는 기술도 발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닉시(nixie)’다. 주소불명으로 배달불능 우편물이란 뜻인데, 잠수함이나 함정과 똑같은 소리를 내는 기만(欺瞞) 장치로 어뢰를 유인하는 것이다. 여기에 속은 어뢰는 목표물에 ‘배달’되지 못하고 기만장치를 맞히는 것이다. ‘디코이(decoy)’는 화학약품으로 ‘버블 커튼’을 만들어 음파 탐지를 교란하거나 회피하는 방식이다.

최근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스텔스 어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음파탐지기에 잡히지 않아 추적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는 어뢰다. 공교롭게도 북한과 긴밀한 이란이 2004년 ‘스텔스 어뢰’를 생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7년에는 음파회피 기술을 장착한 스텔스 잠수함도 완성했다고 밝혔다. 천안함 침몰 당시 음파탐지기에 이상 징후가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 해군의 인간 어뢰, 스텔스 어뢰 등 갖가지 설(說)이 제기되고 있다. 원인은 곧 밝혀질 것이다. 구린 냄새는 끝까지 ‘스텔스’할 수 없는 법이다.

박종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