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플레이오프 먼저 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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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저와 선수들 사이에 신뢰가 쌓이면서 팀이 점점 좋아졌습니다. 마지막 경기도 이겨 후기 리그 우승을 노려보겠습니다."

경기 종료 무렵 수원 월드컵경기장에 폭우가 쏟아졌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차범근(51)감독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차붐 축구'가 푸른 날개를 달고 높이 날았다. 10년 만에 국내 리그로 돌아온 차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해 팀을 4강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다.

차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10일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브라질 올림픽대표 듀오' 나드손과 마르셀이 한 골씩을 성공시켜 2-1로 승리했다.

수원은 후기리그 1위를 굳건히 함과 동시에 20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전.후기 통합승점 최소 2위를 확보했다. 올해 K-리그는 전.후기 리그 우승팀과 통합승점 상위 2개 팀(전.후기 우승팀 제외)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전반 7분 일찌감치 수원의 선제골이 터졌다. 왼쪽을 파고들던 김대의가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볼을 향해 나드손이 납작 엎드리며 헤딩슛, 볼은 골키퍼 이광석의 손과 왼쪽 골대 사이로 파고들었다.

전반 19분 전북이 맞불을 놓았다. 아크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독일 국가대표 출신 힝키가 직접 슈팅, 수원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프리킥에는 프리킥. 수원은 전반 종료 직전 골대 정면 30m 지점에서 나드손이 얻어낸 프리킥을 마르셀이 강하게 찼다. 전북 수비수의 엉덩이를 맞아 왼쪽으로 살짝 방향을 튼 볼은 골키퍼의 손을 맞고도 기어이 네트로 파고들었다. 차 감독의 활짝 웃는 표정이 전광판에 잡혔다. 최근 극도로 부진한 마르셀에게 전날까지 "선발로 안 넣겠다"며 연막을 피우며 투지를 자극한 게 적중한 것이다.

전남 드래곤즈는 홈에서 경기 종료 직전 남기일이 극적인 결승골을 성공시켜 울산 현대를 1-0으로 꺾었다. 전남은 수원(승점 22)에 이어 후기 2위(승점 18)로 올라서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

K-리그 최초 400경기 출전의 대기록을 세운 신태용(성남)은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서 이기형의 골을 도와 99골.68도움을 기록, 70-70 클럽에 한발 더 다가섰다.

팀당 1~2경기씩을 남긴 현재 포항(전기 리그 우승)과 수원이 플레이오프 티켓을 가져갔고, 남은 두 장을 놓고 울산.전남.전북.서울.성남이 마지막까지 피 말리는 승점 싸움을 하게 됐다.

수원=정영재 기자,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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