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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기행] 충북 괴산군 '대학찰옥수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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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화양동.선유동.쌍곡 등 계곡으로 유명한 충북 괴산군. 이곳을 지나는 도로에서는 요즘 제철을 만난 옥수수를 판매하는 원두막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그런데 이들 원두막에는 예외없이 '대학찰옥수수' 또는 '대학찰' 이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이 일대에서는 대학찰옥수수가 아니면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찰은 특유의 차진 맛으로 최근 수년 사이 괴산뿐 아니라 수안보 등 충북도내 주요 관광지 도로변의 원두막 시장을 평정했다.

대학찰은 충북도내 대표적인 오지로 꼽히는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에서만 재배된다. 이곳이 고향인 최봉호(崔鳳鎬.64.전 충남대 농대 교수)씨가 1991년 개발한 신품종을 마땅한 소득작목이 없던 고향사람들에게만 공급, 독점재배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첫해 재배면적은 0.5㏊에 그쳤지만 해마다 늘어 올해는 전체 1백30여 가구 중 63가구가 45㏊(13만5천평)에 대학찰을 심었다. 예상생산량과 소득은 6백30t에 5억5천만원 정도. 지난해 5천평 가량 심어 1천5백만원을 번 김기홍(金基洪.40)씨의 경우 올해 9천평으로 면적을 늘려 2천5백만~3천만원까지 소득을 기대하는 등 대학찰은 방곡리의 든든한 소득원이자 특산물로 자리잡았다.

벼와 밀과 함께 3대 식량의 하나지만 국내에서는 논밭두렁에 심는 구황작물에 불과했던 옥수수가 이처럼 높은 소득작목으로 부상한 것은 그 맛과 재배조건 덕분이다.

대학에서 종자가 공급된다 해서 대학찰옥수수로 이름붙은 이 품종은 쪘을 때 낱알의 씨눈을 둘러싸고 있는 '찰성녹말' 이 마치 찹쌀밥처럼 찰기가 뛰어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면서도 이에 늘어붙지 않고 알껍질이 얇아 이 사이에 끼지 않는 게 특징이다. 다만 두고 먹을 때는 랩으로 싸서 냉동보관해야 제맛을 잃지 않는다.

또 괴산~충주간 19번 국도의 느릅재(해발 3백97m)언저리에 위치해 주로 고추.배추.담배 등 밭농사에 의존해온 방곡리 주민들로서는 옥수수만큼 유리한 작목이 없다. 고추와는 달리 옥수수는 2모작이 가능하고 일손도 고추의 절반 가량밖에 안들기 때문이다.

어떤 농가는 봄배추를 수확하고 나서 심은 옥수수를 거둬들이고 나면 가을배추를 심어 3모작까지 한다.

이들에게 공급되는 종자는 崔씨가 미리 주문받아 미국에서 생산한다. 옥수수는 재배특성상 올 수확한 낱알을 이듬해 심으면 근친교배로 열성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崔씨는 자신의 미국내 시험포에서 엄격하게 격리 재배한 옥수수로부터 대학찰 종자를 얻고 있다.

崔씨는 자신의 제자 고향인 전북 무주에도 이를 일부 제공하기도 했으나 99년 은퇴하면서 이 종자를 '연농1호' 로 농림부에 등록을 해놓고 수제자에게도 노하우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

방곡리 옥수수작목반장인 황태진(黃泰鎭.40)씨는 "원두막마다 저녁무렵엔 없어서 못팔 정도여서 판로와 가격걱정은 전혀 안한다" 라며 "고향주민 소득증대에 기여한 崔교수님에게 곧 감사패를 전달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괴산=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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