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누진제 영향… 에어컨 무작정 돌리단 낭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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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전기요금 누진율이 높아졌는데 그럼 에어컨을 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경기도 분당 신도시에 사는 김은미(40)주부는 "아파트 단지 게시판에서 '에어컨 좀 돌렸더니 전기요금이 3배나 더 나왔어요' 란 절전캠페인 포스터를 보고 어떻게 에어컨을 돌릴 수 있겠느냐" 고 했다.

캠페인 포스터의 내용은 이렇다.

평상시 한달에 3백㎾를 쓰던 가정이 에어컨을 돌려 전기사용량이 60%(1백80㎾) 정도 늘어나면 전기료 부담은 60%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4만9백90원에서 11만6천1백30원으로 폭증한다는 것. 이는 지난해 11월 조정된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이라고 전하고 있다.

실제 김씨네의 경우 지난해 7월분 전기료는 2만3천4백40원(사용량 2백10㎾), 에어컨을 들여놓은 8월분 전기료는 9만2천1백20원(사용량 4백60㎾)이었다.

이를 따져보면 지난해 8월 에어컨을 구입해 시원한 여름을 나면서 전기사용량은 2배 정도 늘었지만 전기료는 4배나 많은 금액을 지출한 것이다.

이에 놀란 알뜰 주부들이 아이들.남편과 투쟁(?)을 하면서 에어컨 가동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료 누진제가 1974년부터 실시됐으며, 지난해 조정한 누진율도 3백㎾ 이하는 종전과 같고 3백㎾ 초과분만 20~40%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을 알면 에어컨 가동에 따른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해 에어컨을 돌렸어도 경제적인 부담이 없었다면 올여름도 땀을 뻘뻘 흘려가며 굳이 에어컨 사용을 기피할 필요가 없다.

다만 한달 사용 전기량이 3백㎾가 넘는다면 인상된 누진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하므로 얘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김씨네가 올 8월에도 지난해와 똑같이 4백60㎾를 쓴다고 가정하면 전기료는 10만7천2백30원으로 지난해 8월보다 1만5천1백10원을 더 내야 한다.

따라서 무턱대고 에어컨을 돌릴 것은 아니다. 전력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 현실을 감안해 과다한 냉방은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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