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엔 '카메라 고발꾼' 설자리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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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회사원 김모(38 ·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얼마전 쇼핑을 갔다 ‘카메라 고발꾼’에 걸렸다.

북구 산격동의 C할인점에서 쇼핑을 하고 나오다 좌회전 표지가 없어 그대로 돌아나온 게 화근이었다.

김씨처럼 이 곳에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고발꾼에 걸린 사람은 지난 3월 이후 2천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경찰이 최근 이 곳에 좌회전을 허용하면서 더 이상 ‘피해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단속을 위한 단속’이라는 논란속에 수많은 교통법규 위반자를 만들어 냈던 상습 위반지역이 점차 사라지면서 카메라 고발꾼들의 위반 신고건수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대구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교통법규 위반차량 신고보상금제가 도입된 지난 3월 10일 이후 대구 ·경북지역에서 접수된 카메라 고발건수는 4월 한달동안 8만8천1백43건에서 지난달에는 1만6천2백46건으로 크게 줄었다.

경찰이 고발건수가 많은 곳을 분석해 교통시설을 고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구미시 광평동 백영정밀 앞 도로와 포항시 남구 해도동 협력회관 앞 도로 등 U턴구간이 짧고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엔 어김없이 고발꾼들이 숨어 있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U턴 구간전에 회전을 하는 차량들이 적지 않아 ‘물좋은’곳으로 알려져서였다.

최근 대구 북구에서 단속에 걸린 윤모(41 ·사업 ·대구시 북구 침산동)씨는 “U턴 구간의 끝 지점 중앙선에 뒷바퀴 하나가 걸린 것을 카메라로 찍어 고발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경찰은 이처럼 신고가 잦은 곳엔 U턴 구간을 더 늘리고,중앙선엔 아예 위반을 하지 못하도록 차로 분리봉까지 세웠다.

또 ‘고발 조심’이란 내용의 현수막과 입간판을 세우는 등 모두 1백30여곳을 정비했다.

경북경찰청의 박형경(朴炯坰)경비교통과장은 “교통 시설물을 정비한 곳에서 더이상 위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시설물 정비외에 시민들이 고발꾼을 의식하고 있는 것도 위반 감소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앞으로도 카메라 고발이 잦은 곳은 교통시설을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파악해 지속적으로 시설을 보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권삼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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