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객들 "교과서 규탄에 한국가기 겁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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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파문이 확산되자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 한여름 관광.여행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반일(反日)감정이 거세지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수가 이달 들어 예년의 절반으로 줄었다. 서울.부산.경주 등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호텔과 여행사에는 일본인 단체와 수학여행단의 예약 취소도 줄을 잇고 있다.

이에 관광업계는 올 일본인 관광객수가 지난해 수준(2백47만명)에도 못미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관광업계 찬바람=평상시 일본인 투숙객이 전체 손님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서울 중심가 P호텔은 이달 일본인 투숙객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 호텔 객실판촉과 김수진(26)씨는 "일본인들 사이에 신변안전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 때문인 듯하다" 고 분석했다.

평소 일본인 관광객들이 넘쳐나던 서울 명동.남대문 시장 등에서도 일본인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 U의류상가 종업원 이현덕(24)씨는 "하루 20여명의 일본인 관광객에게 4백여만원어치를 팔았는데 요즘은 파리를 날리고 있다" 고 말했다.

부산 L호텔의 경우 지난 5월 1만1천실, 6월에 1만2천실을 일본 관광객이 차지했었으나 이달에는 지난 19일 현재 6천5백실에 불과하다.

예약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H여행사를 통해 다음달 우리나라를 찾기로 했던 일본학생 수학여행단 2백명의 방문이 최근 취소됐다. S여행사에도 50명의 일본인 관광객들이 예약을 취소했다.

한주여행사 강민성(姜敏聲.41)부장은 "수학여행단 등 단체관광객이 줄어 들어 타격이 크다" 며 "이들은 대부분 여행지를 중국이나 동남아로 바꾸고 있다" 고 말했다.

항공업계에도 타격이 커 주 114편의 한.일 노선을 운항하는 대한항공의 경우 예년 7월에는 만원이던 탑승률이 80% 수준으로 떨어졌다.

◇ 문제점 및 대책=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3일 현재 방한을 취소한 일본 단체는 54곳(1천8백70명), 연기한 단체는 16곳(1천3백43명)이다.

관광공사 일본 오사카(大阪)지사 이병찬(李丙贊.37)차장은 "한국 방문시 신변안전을 걱정하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며 "외교문제와 민간교류를 구분해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22일 입국한 일본인 관광객 사토 미요코(左藤美代子.40.여)는 "한국인들이 친절한데 괜한 걱정을 했다" 며 "일본에 한국인들의 감정이 잘못 전달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한편 관광공사는 방한을 취소한 일본 지자체와 학교 관계자 등을 직접 방문해 방한을 권유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정용백.양영유.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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